첫 번째로 기억나는 크리스마스는 8살 때일 것이다. 윗집 휘원이랑 같이 교회에서 연극을 준비한 것이다. 조금만 더 나이가 들었어도 부모님께 반항하고 안 해버리고 말았을 텐데 휘원이랑 집에서 몸 부대끼며 대사를 외우는 게 좋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휘원이는 천사 나는 악마, 레슬링은 알았어도 '빠떼루' 라는 말은 그때 처음 들었다. 어떤 집사님이 각본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연극으로 '빠데루'를 시킨 것으로 보아 평범한 분은 아니셨던 것 같다.
평범한 기독교 집안과 같이 크리스마스이브 밤이 되면 교회 집사님들 집을 돌며 캐럴을 불렀다. 16년도 17년도 태국에 선교를 갔을 때도 현지 집사님들 집에 찾아가 캐럴을 불렀고 환대를 받았다. 하도 바나나를 많이 주셔서 지금까지도 바나나를 보면 아쉬움이 없다.
미국에 살던 고등학교 때는 방학을 맞아 놀러 온 누나와 온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바하마 주변 해안 로얄케리비안 쿠르즈에서 맞이했다. 멋진 슈트를 입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지는 오래인데 아직도 부부젤라는 쉽게 보이더라.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켄터키 볼링그린, 이웃 집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것을 구경하던 때인 것 같다. 뭔가 한 것도 아니고 선물을 받지도 주지도 않았지만 어머니랑 단둘이 살던 Merideth Dr. 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유학 생활에 점점 지치고 대학 입시라는 고민 사이에서도 힘들 때 그저 남들은 집을 어떻게 꾸몄는지 얼마나 화려한지 보는 게 즐거웠다.
그때 그 기억이 남아서인지 집을 노란 전등으로 꾸미는 게 좋고 백화점 큰 크리스마스만 보면 두근거린다.
*이미지 출처 : Korean in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