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외로움의 차이
미국에서 살 당시 내가 있던 고등학교에는 1200명의 학생이 있었다. 그중 나를 포함하여 4명이 한국인이었다. 이들 중 2명은 한국말을 못 하는 한국인 얼굴을 가진 미국인들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나랑 학년이 달랐다.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언어가 된들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의 문화와 동화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 나라의 고유문화를 습득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책을 읽고 구글링 해도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문화를 온전히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업이 다 끝나면 언제나 Barns & Nobles라는 서점에 갔다. 책을 하나 씩 읽다 보면 내가 처한 힘듦속에서 잠깐이나마 정신적 도피가 되는 듯했다. 그때부터 책 읽는 게 습관이 되었다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연습한다. 지루하기 시작하면 프랑스어 공부를 한다. 이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하면 '밀리의 서제'로 책을 읽는다. 다음은 '오늘의 집'에 들어가 내 방 꾸미기 전념한다. 요새는 '파이썬' 공부를 한다. 이렇게 취미들을 하다 보면 한 개만 하기도 하루가 모자랄 때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혹사시켰다. 우울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의 외로웠던 유학시절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대학교 면접 문제로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에 고독은 혼자임을 즐길 수 있는 단계이고 외로움은 결핍의 단계라고 대답했다.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결핍이 존재하고 그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각자의 외로움을 싸우며 살아간다. 극단적으로 외로움 곧 결핍에 못 이겨 마약, 담배, 게임에 중독이 되기도 하고 사람에 중독이 되기도 한다.
고로 나는 오늘도 고독해지려고 노력한다.
조만간 나를 또다시 혹사시키기 위해 천장 벽지 바르기와 커튼 달기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