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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도기 Jan 19. 2021

GET 페루 아레키파 편

마추픽추를 갈 수만 있다면

2018년 여름, 한창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와 '브래이킹 배드'에 꽂혀 남미를 반드시 가야겠다 다짐했다. 그러던 와중 GET라는 학교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거즌 치트기 개발협력 Field Researcher  + 영상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선발되었다. 이번 활동은 나의 대외활동 멘토와 마찬가지였던 동기와 지원했고 함께 합격을 할 수 있었다. 


UNTWIN 이라는 유네스코 유니트윈 사업을 통해 기업가 정신 교육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꽤 큰 사업이기에 학기 중에도 오랜 시간 계획하여 준비해 나갔다. 교육 준비 외에도 문화 교류를 위한 태권도 퍼포먼스 등 보통 해외 활동이면 하는 전형적인 것들 또한 준비했다. 나는 미디어팀으로 지원했기에 홍보영상을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잡았다.


페루 아레키파까지 가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원월드 항공사의 세계 일주 티켓이 가장 저렴했기에 예상치 못한 지구 한 바퀴를 돌게 되었다. 인천 - LA - Houston - Lima - Arequipa. 리턴에는 Arequipa - lima - Madrid - Frankfrut - 인천 루트를 밟았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이틀이 걸렸고 비행기 탑승 시간만 30시간이 넘었다. 이 와중에 내 패시브인 LA Secondary Check 가 발동했고 3시간 경유시간 중 2시간을 갇혀있는 신세가 되었다. 팀원들과 떨어져 이들과 다시 합류해야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코디네이터와 카톡으로만 연락했었기에 전화번호도 없었다. 


경유할 수 있다며  장담하던 검열관은 두 시간 뒤 불가능할 것 같다며 쪽지를 건넸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족들이 뉴욕에 채류 중이어서 곧바로 통화를 시도했다. 결국 번호를 얻어 탑승 게이트를 찾아 팀원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페루는 전혀 습하지 않았다. 내가 살던 켄터키와 똑같이 습하지 않아 바람은 찼지만 해가 따듯해 환경이 매우 친근했다. 좁은 골목골목 특유의 남미스러움이 담겨 있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남미 정통 회 요리인 세비체는 한국인의 회 감성을 완벽하게  집어냈다. 


봉사하기 위해 찾아간 아레키파 산 파블로 대학은 풍경 맛집이었다. 학교 뒤로 설산이 보였고 탁 트인 풍경은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산 파블로 학생들은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남미에 대해 아는 건 그저 '나르코스'에서 알려준 마약과 욕뿐이었다. 이들은 매우 똑똑했고 유능했다. 자신의 나라를 정말 사랑했고 어떻게 하면 국가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교육에 신중히 임했다. 친한 현지 친구였던 테레사는 자신의 모국어인 스페인어, 영어, 불어, 심지어 한국어도 조금 하며 엘리트임을 증명했다. 이곳에 나는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닌 교류하러 온 것임을 깨달았다.


2018 년 GET 팸플릿 


교육이 끝난 뒤 나의 최종 목적지인 쿠스코 마추픽추로 향했다. 다채로운 색깔들에 현혹되어 눈이 어디 한 곳을 집중할 수 없었다. 촌스러울 수도 있는 대비 높은 무지개 색은 이들의 피부색에 아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고산지대에 의한 건지 피부가 붉으며 마치 부끄러워 볼이 빨개진 것만 같았다. 이들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잉카 콜라와 코카 잎을 주며 이들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공유했고 천천히 스며들어갔다.



마추픽추를 올라가는 길에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귀를 즐겁게 하는 피리 소리와 라마가 엉켜 마치 잔치집에 온 것 같았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보의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지 친구 말로, 페루 뿐 아니라 많은 남미 국가들이 인근 국가인 칠레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들은 타국가들에 비해 돈이 많았고 자신들의 나라를 가지고 거래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루는 나라가 힘들 때 마추픽추 관광 공사 건을 칠레에 넘겼고 그 결과 현재까지도 마추픽추 관광수익의 90%는 칠레로 넘어가고 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많은 한국 학생들이 우물 안에 개구리가 되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뉴스에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재 삶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의 눈을 여는 가장 큰 기회는 교환학생이다. 워킹홀리데이는 자신 없지만 학생 비자와 교육 목적을 가지고 타국에 입국하는 순간 이들은 비로소 다음 쳅터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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