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카드를 수령기를 적어 본다. 겨우 신용카드 하나 받았다고 후기까지 남기다니, 참으로 내가 애플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애플은 지난 3월 연례행사인 신제품 발표 이벤트에서 신용카드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본래 기대하던 아이맥 같은 신형 하드웨어 제품들을 몇 주 전 쓰윽 홈페이지를 통해 업데이트를 하였기에, 행사날은 무엇을 발표할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발표 자리였다. 그리고 모든 관심이 티비 서비스에 집중되었던 순간, 깜짝 등장한 애플 카드. 애플 페이가 있는데... 웬 카드? 발표를 보며 약간 의아하긴 하였는데, 예상외로 발표 말미에 굉장히 애플 디자인다운 실물 카드를 공개하면서 나를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우선 카드의 실물은 사진과 굉장히 비슷하면서 다르다. 심플한 것은 기대한 것 그대로인데 실물과 촉감은 사진으로 보았을 때 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티타늄이라고 광고하였던 카드 재질은 음각된 로고와 테두리에서만 느껴지고 카드를 만졌을 때는 아주 좋은 퀄리티의 종이를 만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이것이 티타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촉감인지, 특별한 가공을 통해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종이 질감을 위한 가공 때문일까? 가죽에 이염이 될 수 있으니 가죽 지갑에 넣지 말고, 관리하는 방법까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을 정도. 그리고 예상대로? 애플 카드 케이스까지 등장하였다. 지갑은 기본이 가죽이 아니었던가, 겨우 가죽에 이염이 된다면 결제 때마다 단말기에 긁힘은 어떻게 견딜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모른 체 하기로 한다.
사실 진짜 기대하였던 부분은 역시 사용자 경험이다. 복잡한 카드 등록과 결제. 애플이 어떻게 풀었을까? 다른 앱들과 어떻게 다를까? 빨리 무언가를 사고 싶었다.
일단 카드를 받는 경험부터 달랐다. 보통 은행 카드들이 일반 우편으로 오는 것과 다르게, UPS의 이틀 배송을 통해 배송을 받았다. 작은 박스를 열면 애플 페이 앱을 통해 활성화를 시키라고 하는데, 애플은 이미 배송 시스템의 트레킹을 통해 내 카드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이미 활성화 화면을 띄워 놓았다. 그리고 카드를 아이폰에 가져다 놓으면 설정 끝. 기존 은행 카드의 경우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서 등록하였어야 하는데, 그 단계를 없애서 이미 러브 마크를 획득하고 시작한 셈이다.
아래는 애플 페이를 실행시키고 애플 카드를 열었을 때 나오는 홈 화면이다. 상단에는 카드가, 아래는 현재까지 사용 금액과 결제일이 표시된다.그 아래는 알림, 지난 사용내역 같이 자주 볼만한 정보들을 배치해 놓았다.
주 별로 사용 패턴을 볼 수도 있고
결제했던 내역의 위치와 캐시백을 한눈에 볼 수 도 있다.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의 경우 대단하게 새로운 것은 없고, 딱 기대하였던 그 수준이다. 오히려 이 정도는 너무 뻔하고, 예상하였던 정도인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카드를 만지작 거리다 다른 은행 앱을 들어가 보니 모두가 오징어로 보였다. 기본을 잘하기 쉽지 않다.
카드 혜택 또한 평범한 편이다. 커피 두 잔 사고 0.15센트를 캐시백 받았는데, 차라리 애플 마일리지? 를 선보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100번 결제하면 에어팟을 준다거나...
개인적으로 몇 년 전 애플 페이 발표를 잊을 수 없다. 애플이 하드웨어 회사에서 금융 회사로 한수를 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애플 페이는 모두의 결제 시스템이 되지는 못하였지만, 한번 쓴 사람은 빠져나올 수 없는 편리 함덕에 애플을 계속 써야 하는 정당성을 주기 충분한 서비스가 되었다. 애플 카드 역시 그것의 연상선으로 애플의 금융 시스템을 완성해 나아가는 하나의 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덫에 또 걸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