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0 수령기를 남긴다. Samsung.com에서 예약 첫날 주문하였고, 예상보다 며칠 일찍 받았다. 공홈에서 예약한 사람은 $100 상당의 삼성 크레딧을 준다.
개봉샷. 몇 년 전부터 배터리가 포함된 (페덱스) 택배 상자에는, 흉한 그래픽으로 배송, 개봉 중에 폭발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갤럭시 역시 그랬다.. 첫인상이 산뜻하지는 않다.
작년에 샀던 픽셀은 이렇게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 환영 인사를 건넸다.
S20와 5G가 전면에 보인다. 삼성, 갤럭시 같은 기존 브랜드는 숨어있다.
상자 재질이 아쉽다. 너무 가볍고, 인쇄도 깔끔하지 않다. 프리미엄 제품 답지 않다. 샤오미의 $40 짜리 제품도 이것보다는 좋다. 원가 절감이겠지만, 차라리 환경을 위해 가볍게 구성했다는 문구라도 추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사소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것도 사용자 경험 중 하나이다.
AKG 이어폰과 고속 충전기가 들어있다. 픽셀은 이어폰을 아예 주지 않았었는데... 상대적으로 구성이 알차다. 충전기는 Super Fast Charging이라고 음각되어 있다. 몇 년 전 7W 급에도 이미 Fast charging이라고 마케팅을 하였으니, 지금은 이렇게라도 더 강조했어야 했을 것이다. 나중엔 Super Ultra Fast Plus... 가 되어있겠지..
부팅해본다. 삼성, 갤럭시, S20, 5G가 크게 크게 나온다. 게다가 Knox, Android까지.. 너무 여러 가지가 붙어있어서 정신없다. 예전엔 삼성 로고는 조금 작게 들어가고, 갤럭시 로고가 커서 비율도 맞고 갤럭시를 브랜드화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강! 강! 강!이다. 크게 하면 잘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 보는 사람은 시각적으로 피로를 느껴 반대로 하나도 안 보인다. 제발 로고 좀 크게 해 봐 라고 하지 마세요
배터리는 절반 정도 충전되어 있고, 언어 설정이 사용자를 반긴다. 충분히 직관적인 구성이다.
기존 전화기에서 자료를 넘기는 화면이다. 새로 전화기를 사고, 새 번호를 쓰는 사람들보다 기존 전화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요가 훨씬 많아졌으니, 사용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무선 전송과 케이블. 두 가지 선택권을 주며, 나는 무선으로 이동을 시도해보았다. 예전에는 구글 스토어에서 삼성 앱을 받고 삼성 어카운트를 만들어야만 이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성 어카운트를 만드는 것부터 단계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그냥 하나하나 따로 다운로드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S20는 그 단계가 굉장히 단축되었다. 너무 좋은 개선이다. 그런데 무선 전송은 결국 실패하였다. 글을 쓰면서 복기해보니, 오디오 고주파로 기기간 신호를 주고받는 거 같은데, 나의 픽셀은 늘 무음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마 그래서 안되었나?
결국 동봉된 케이블로 데이터를 이동시켰다. 훨씬 단순했다. 그와는 별개로.. 화면 캡처하다가 보이스 어시스턴트가 실수로 켜져서 그 당황스러움이 화면 캡처에도 그대로 담겼다.
연결해 성공하니 그다음 단계는 수월했다.
방심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삼성 어카운트를 물어본다. 안드로이드를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글 어카운트가 있어야 하기에 이미 그것을 입력한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당황스러운 화면이다. 아마 대부분 사용자는 삼성=안드로이드=구글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이 화면이 나왔을 때도 이미 입력했었던 구글 어카운트를 입력할 것이고, 구글 말고 삼성 것을 넣어라라는 경고에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질 것 이기 때문이다. 삼성도 사용자 정보를 관리하긴 해야 하니.. 어려운 부분이다.
바로 설정으로 가서 120Hz로 바꿔준다. 확실히 부드럽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금방 무덤덤 해지거나 심지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를 수 도 있겠다.
픽셀은 하단 내비게이션을 아예 없앴다. 제스처 기반으로 모든 이동을 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적응하니 편하더라. 다시 버튼식으로 왔다 갔다 하려니 오히려 불편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설정에 가보니 삼성도 제스처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준비해 놓았다. 역시 삼성은 다 계획이 있구나.
안드로이드 버전이 올라갈수록 알림 창 부분의 빠른 실행 아이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iOS도 따라 만들었을 정도로 쓰기 정말 편한 기능이다. 삼성은 픽셀보다 많은 선택권을 주었다. 너무 좋다.
언락폰인데, 미리 설치되어 있는 앱들이 많다. 지워지는 앱도 있고, 지워지지 않는 앱도 있다. 그런 거 싫어서 일부러 언락폰을 산 건데...
좌측에서 우측으로 스와이프 하면 삼성 데일리라는 기능이 나온다. 이미 십수 단계 설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는데, 또 고르라니 너무 피곤하다. 위치기반으로 일반적인 컨텐츠라도 먼저 보여줘서 기능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 뒤 커스터마이징을 유도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그러니까 구글 어시스턴트의 삼성 버전이다.
Pay를 검색하니 삼성 앱과 구글 앱이 나란히 뜬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정면 카메라가 가운데로 이동했다. 기술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안 보이는데, 이렇게 상태 표시 그래픽과 정렬이 안 맞을 때가 가끔 있다. 꽤나 눈에 거슬리지만, 더 크고 흉한 아이폰 노치도 쓰다 보면 안 보인다. 이 역시 나중엔 무덤덤해질 것이다.
화면 잠금을 하니 산뜻한 월페이퍼가 반겨준다.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여백을 살렸다. 예쁘다.
자주 쓰는 볼륨 버튼이 상단에, 그리고 하단에는 기능 버튼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게 픽셀과 반대로의 구성이라 자꾸 볼륨을 줄이려다 화면을 끄게 된다. 참고로 아이폰은 좌측에는 볼륨, 우측에는 기능 버튼을 배치해서 햇갈리기 어렵게 구성했다.
카메라가 좋다 했지. 바로 정원에 나가 사진을 찍어보았다. 매우 빠르게 잘 찍힌다. 그리고 굉장히 사실적이다. 픽셀은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을 하기에 사진 한 장 찍으면 "로딩"을 기다려야 한다. 결과물은 약간 보정된 티가 나지만 실제보다 따뜻하고 선명하게 나온다. 삼성 것은 보이는 그대로 찍힌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서로 장단이 있다.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셀카는 삼성이 압도적으로 잘 나온다.
갤럭시 S20는 삼성의 대표적인 플래그쉽 모델이다. 거의 보이지 않는 배젤과 화면에 떠있는 카메라는 픽셀, 아이폰과 비교해 훨씬 프리미엄 제품임을 자랑하기 충분하다. 완성도가 있었던 S10의 UI가 대부분 그대여서 익숙한 것도 장점이다. UI는 새롭다고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일부 앱들이라던가, 택배를 받고 설정이 완료되기까지의 자잘한 사용자 경험은 아직 아쉽다.
갤럭시와 픽셀을 번갈아 쓰다 보면, 두 모델의 장점을 합치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번에도 픽셀을 썼을 때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 글은 지난 픽셀 4 개봉기와 함께 보면 비교가 되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