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걸음걸이가 잠시 멈춘 이유는 손톱달이었다.
내 고개가 머무는 곳은 분명 차운 오늘인데, 올려다본 저 곳은 멈춘 그림이었다.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손톱만한 작은 달이 어쩌면 그렇게 밝게 그리고 뚜렷히 그 곳에 있는 건지,
남색 하늘이 오랜만에 어두운 빛을 낸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선물이다. 한 달동안 기른 진짜 손톱이 저만할까?
반경 일 센치나 될까말까한 작은 무언가가 이만큼이나 큰 나를 움직인다.
순간이 그럴 것이다.
아주 작은 것들이,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를 움직일 것이다.
창문에 낀 서리가, 버스 바닥의 자잘한 무늬가, 어깨너머로 보이는 당신 핸드폰의 몇 글자가,
혹은 앙상한 가지 끝에 달린 주홍 감이, 아니라면 그 밑으로 떨어진 질퍽이는 감의 사체가.
작은 것들이 나를 움직이도록 온 몸에 힘을 빼야한다.
흔들림이 일정한 몸짓이 되어 너를 부르는 하나의 공연이 될 때까지 나는 쉼 없이 움직이겠다.
오늘의 작은 손톱달이 먼날의 큰 그대가 되어 오리라.
(Image by 크리에이터 찬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