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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위 Apr 18. 2024

자동차 보험 갱신

 일 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자동차 보험 만기 알림 문자가 왔다. 작고 소중한 통장에서 빠져나갈 목돈을 생각하니 목이 메었다.  마이너스인 사고 없이는 플러스인 혜택도 없는 보험이나, 운전자의 의무이니 늦지 않게 갱신을 해야 했다. 만기일이 지나면 과태료가 부가되고 범법자가 된다는 장문의 무서운 문자가 왔으니까.


 만기 알림 문자를 받고 나면 며칠 안에 담당 보험설계사의 문자가 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험 갱신 견적서가 날아왔다. 그런데 예상보다 보험료가 너무 비쌌다. 작년보다 20%나 올랐다. 이 금액으로 할 수밖에 없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연락을 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귀찮은데 그냥 만기일까지 내버려 두면 입금하고 말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동안을 돌아보면 다 자초한 일이다.


 지금의 보험설계사분은 처음 차를 샀을 때 아버지가 소개해주셨다. 내가 알아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그냥 아버지가 먼저 이용하고 계셔서 그대로 따라 했던 것이다. 새 차를 인계받을 때 빼고는 8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일 년에 한 번 문자로 견적서를 보내오는데, 나는 전문가니 알아서 잘했겠지 하며 말없이 보험비를 입금했었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를 바꾸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었다. 3년 전, 처음으로 접촉 사고가 난 적이 있다. 경험 많을 보험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보험사 고객센터로 전화하라는 한마디만 들었다. 물론 강릉에서 4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달려올 수도 없는 일이었겠지. 뭐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기대했던 나만 바보였다. 사고 경험이 생기고 나서야 보험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보험설계사에게 가입해야 하는 거였구나 생각이 들었었다.


 몇 년 전부터는 아내가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얘기를 했었다. 인터넷으로 직접 견적을 내고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이 기존 보험보다 많이 저렴하다고 했다.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번 알아보라 했다. 주변에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견적을 내본 적은 없었다. 보험설계사의 용역비가 빠지니 실제로 20만 원 이상 저렴했다. 이점을 알았으니 이제 가입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때의 나는 실행력이 매우 떨어졌다. 다이렉트 보험은 또 어느 곳이 좋은가 비교만 하고 앉아 있다가 만기일이 도달해 버렸고, 문제의 자동차 보험은 생명을 연장했다.


 보험을 바꿔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마주했었음에도 바꾸지 못했다. 게으름과 귀찮음으로 가득했던 수동적 태도는 상자 안에서 썩어가는 귤을 보고도 치워버리지 않았고, 더러운 곰팡이와 고약한 냄새를 그대로 맞이해야 했다. 어디 자동차 보험 갱신에서만 이런 일이 있어나고 있었을까.


 결국 잘못은 나였으니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오늘,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으로 보험을 갱신했다. 보험사들이 개발한 어플은 이미 운전자들에게 보편화되어 있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서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보험설계사의 무관심에 서운할 일이 사라졌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취했다. 8년간의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삶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일은 단 10분으로 충분했다.

 글을 쓰고 보니 나의 옛 보험설계사님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나약한 자에게 스스로 일어서길 기회를 주신 덕분에 무거운 게으름 한 꺼풀을 벗어낼 수 있었으니까. 비용 절감과 글감 획득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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