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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민송 Jul 27. 2017

마인딩 노트1. 왜 마음 관리를 해야 할까?

시작은 나의 고통이었다.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소위 '멘탈 센 사람'으로 불리던 나의 멘탈이 제대로 바스러진 건. 강한 정신력, 건강한 마음은 나름 타고났고 그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은 오만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 일을 하거나 일 생각만 하다 하루가 지나면 집에 오자마자 피곤함에 침대로 직행하는 생활을 했다. 사용 가능한 뇌 에너지를 직장에서 다 쓰고 온 탓에, 집에서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러게 한 시간 정도 반쯤 잠든 상태로 뻗어있다 보면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 것이, 또 똑같은 내일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워 누가 심장을 움켜쥔 듯 깜짝 놀라 깨곤 했다. 그러고 나면 다시 자는 것이 아까워 누운 상태 그대로 핸드폰을 켰다. 잠들기 싫다는 일념 하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휘적휘적 보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럴수록 더 피곤해질 뿐인데 그게 뭐라고 한 두 시간은 꼭 그렇게 보내고 다시 잠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뭐랄까, 하루 한두 시간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오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시간을 제외하면 내 삶에 내 의지로 쓰는 시간이 없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결국 8월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관뒀다. 좋았다. 하지만 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많은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그저 기뻤지만, 곧 내가 그 시간을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Burnout. 그때의 내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지 않을까. 많이 무기력했다. 정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니면 하지 않았고, 그 마저도 꾸역꾸역 간신히 해내곤 했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능한 모든 시간에 누워있었다는 말이 맞으리라.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도대체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싶었다. 도대체 과거의 나는 어떻게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하고 싶은 게 많고, 나를 많이 좋아했던 걸까. 내가 그랬다는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당연히 행복하지도 않았다.


평생 이 상태가 유지될까 봐 많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빠져나오기 위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제는 저 정도로 심각했다면 상담사를 찾아가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그런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못했다. 사실 떠올렸어도 50분 1회에 10만 원쯤 하는 상담비를 고려하면 선뜻 가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한없이 침잠하다 보니 위기감이 느껴졌다. '계속 이렇게 매일 나를 비난하며,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바라만 보면 어쩌지.' 그래, 그쯤 뭔지는 몰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당장 나한테 시급한 무기력과 자존감에 관련된 쪽으로. 찾아보니 꽤 많은 것들이 나왔다. 간단한 블로그 글부터 다양한 책과 상세하기 그지없는 논문들까지. 누워서 읽다가 문득문득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과거의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알아서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혹은 그러는 게 좋아서 했던 것들. 이제 와서 보니 많은 부분이 과거 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그쯤이었다. 과거의 내가 멘탈이 강하단 소리를 들었던 게, 마음 건강에 꽤나 자신이 있었던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건. 사실 내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좋은 행동을 하고 꾸준히 마음을 챙겼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나는 그런 행동들을, 노력들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마음을 챙기는 일 역시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기에,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신경 쓰기에는 몸이 이미 너무 피곤하다는 것도 한 몫했고. 그래, 그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느새 내 마음을 챙기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어느 순간 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꽤나 의식적으로, 정말 나를 위해서. 이미 증명된 것들이기도 하니 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기력하다 느껴질 때는 억지로라도 집을 나섰다. 산책조차 버겁다 느껴져서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집 밖으로 나가자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날이 좋았다. 바람도 불고. 그래서 가만히 서있었다. 한참 그렇게 가만가만 있으니 문득 조금 걸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조금 걸어보자. 걷는 거 괜찮네. 그렇게 한참 걷다 집으로 돌아온 날, 뭔가 뿌듯했다. 거울 속 나와 오랜만에 눈을 맞췄다. '잘했어.' 속으로 말했다. 잘했다면서 뚱한 표정 짓는 건 이상해서 가볍게 미소도 지어봤다. 그래, 썩 괜찮았다.


변화는 서서히 조금씩 찾아왔다. 사실 이틀 정도 저러다 다시 무기력해져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런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또 자책했다. 결심해 놓고 왜 이러나 스스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정말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결심한다고 바로 변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공부를 하든, 다이어트를 하든 결심하고 행동하고 그걸 반복해야 결과가 나온다. 하물며 아침밥 먹는 습관들이는 것도 한 달은 족히 걸리는데 왜 마음만 바로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마음이 바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는 걸 깨닫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이런 바르작거림이 하나의 습관 형성 과정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 이후부턴 기운이 났다가 다시 쳐지는 나에게 그게 당연하다 말해줄 수 있었다. 하루 기운이 났다가 2~3일 쳐져도, 하루라도 기운 내는 게 어디야 싶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하루 기운 나고 하루 처지는 시기가 왔고, 그게 더 지나고 보니 지금이 되었다. 마치 건강한 몸을 만들듯, 하루하루 나를 토닥이며 건강한 마음을 만드는 과정. 시행착오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았던 나는 6개월쯤 걸렸다. 하지만 충분히, 정말 너무나도 가치 있는 과정이었다. 최근 들은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래의 내가 이렇게 잘 지내는 걸 과거의 내가 알았다면 참 안도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이나.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마음관리의 중요성을 절절히 깨달은 건. 이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니 계속하고 싶었다. 혼자 하자니 몇 달 지나면 의지가 약해지거나 건너뛰게 될 것 같아 이런 걸 도와주는 서비스를 찾아보았다. 음,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1달에 40만 원쯤 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마음관리의 목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상담은 내가 찾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정말 가치 있는데 이걸 도와주는 서비스가 없다니! 괜히 시무룩하게 있다 문득, 내가 만들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좋은 서비스는 때로 창업자의 아픔에서 시작된다고. 그래, 이거다!


내가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데 없으니 내가 만들어서 쓰지 뭐. 기나 긴 무기력 끝에 처음 시작한 일이 마음을 챙기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라니! 혼자 재미있다 생각해서 웃곤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좀 나아지니까, 살만하다 느껴지니까 하고 싶은 게 다시 생겼다. 이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듣고 다니다 보니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공감과 응원을 넘어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감사하게도 내가 채우기 힘든, 혹은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해 준 덕에 서비스를 잘 만들 수 있었고 잘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의 내가 썼으면 하는 자존감 회복/향상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현재의 내가 쓰고 싶은 자존감 유지/ 행복 증진 프로그램도 만드는 중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쁠 때도 좋은 마음 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그런 노력들. 다행인 건 이제 곧 내가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와 나를 도와줄 거라는 것. 뭐, 그래도 이제 내 마음을 챙겨주는 일은 내게 꽤나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선순위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간혹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의식하고 있기에 다시 돌아와서 두 배로 챙겨주곤 한다. 습관이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요즘 사는 게 참 좋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좋은 결과들에 감사하고 있다. 과정이 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반드시 알리고 싶은 가치가 있는 것도 좋다. 사람들이 마음습관을 가꾸며 좀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을 돕는 것, 마인딩 팀으로 사는 것, 그리고  나를 위한 마음습관을 실천해가는 한 명의 마인딩 크루로 사는 것. 전부 다 좋다.


사실 사람들도 과거의 나처럼 어느 정도는 다 머리로 알고 있으리란 생각도 든다.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나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해주고, 무기력할 때는 가벼운 산책을 나가고 하는 그런 것들, 많이 들어봤을 테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걸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건강한 마음 습관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차다.


한때 내가 간절하게 필요로 했던,
마음을 위한 노력들을 알려주고 이를 실천하게 도와주는 서비스

반년 가까이 나를 괴롭히던 어둠 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을 모두 녹였다. 다양한 심리학 논문과 저서, 전문가님으로부터 얻은 Insight도 듬뿍 담았고. 단순히 좋은 글귀 한 줄 알려주는 것을 넘어, 마음 관리를 위한 실천 가능한 팁들을 알려 주고, 매일매일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인딩 팀원들이 ‘지속 가능한 마음 관리’를 위해 연구 중이기도 하고. 우리가 제일 처음 쓰기 시작한 'Mind Fitness'라는 말이 언젠가 일상어로 쓰이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래, 나는 마음이 ‘세상을 보는 창’이라 생각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니까. 그런 만큼 그 창에 먼지가 쌓이거나 금이 가지 않게 꾸준히 관리해주는 게 참 중요하다고도 생각하고. 사실 마음은 참 묘해서 며칠, 몇 달 안 챙겨도 크게 티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훅 망가져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며칠, 몇 달 챙겨도 처음엔 크게 티 나지 않는다. 근데 그게 또 쌓이다 보면 문득 하루하루가 이렇게나 달라졌음에 놀라게 된다.


그래, 이게 마음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 순간에 티 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창을 닦는 순간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달라질 테니까.


사실 일종의 계몽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내가 세상 전체를 바꿀 힘은 없으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하나만 골라서 열심히 해보는 거. 그러다 보면 거기는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마음을 챙기는 게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마음을 챙겼을 때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냥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 순간의 나를 위하다 보면 다들 조금씩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도가 1만큼 더 올라가길 바란다는 야심 찬 꿈을, 오늘도 꾸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지치지 않고 이 꿈을 현실로 끌어올 수 있기를.



필자는 현재 온라인 마음 관리 프로그램 '마인딩'의 대표이자, 나 그리고 내 마음을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마인딩 크루로 살고 있습니다. 몸을 가꾸기 위해 헬스장을 가듯 마음을 가꾸는 것이 당연해지는 세상, 그렇게 마인딩을 만난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답게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마음 챙김의 중요성에 공감하나 어떻게 할지 모르겠거나, 혼자 지속하는 게 어려운 당신에게 제가 사랑하는 서비스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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