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당신에게
친한 후배가 사무실로 찾아와 점심을 같이 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도 반갑고, 평소 가고 싶었으나 줄이 너무 길었던 맛집이 오늘따라 한적한 것도 신났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시켜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후배가 툭, 고민을 던졌다.
"사람을 대하는 게 고민이에요. 말이 적으면 숫기 없고 친화력 없어 보일까 봐, 말이 많으면 자칫 선을 넘거나 가벼워 보일까 봐. 사실 이렇게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찌질하게 느껴지는데, 또 이런 고민 조차 하지 않으면 서투른 상태 그대로 머무를까 봐 고민을 멈출 수도 없어요."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그는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할 수 있고, 아끼는 사람을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가 보는 그는 충분히 싹싹하고, 충분히 침묵하며, 충분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 진중한 사람이고. 그래서 가장 먼저 스쳐가는 생각은 '에이'였다. 에이, 네가 왜. 게다가 후배의 이야기대로라면 어떤 선택을 하든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래서 한 번 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근데 그런 생각의 끝자락에 문득, 저 얘기가 매우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게 말이 되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아니, 사실 내게도 꽤나 현재형으로 존재하는 말이었다.
"팀원들을 대하는 게 고민이야. 말을 너무 적게 하면 무관심하다 느낄까 걱정되고,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나를 믿지 못하나 생각할까 무섭고, 대표란 사람이 팀원들을 어떻게 대할지 계속 고민하는 게 찌질하다 생각하는데,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으면 서투른 상태 그대로 머무를까 봐 고민을 안 할 수도 없어."
아주 조금만 비틀어보니 내게도 꽤나 친숙한 생각이 아닌가. 굉장히 오묘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바로 답이 보이는데, 나는 왜 나에게 답을 알려주지 못했을까. 그렇게 오묘한 기분을 꼭꼭 씹어 삼키며, 보이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보았다. 사실 그가 한 말속에 답이 있기에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말이 적어 진중해 보일 수 있고, 말이 많아 활기차고 유쾌해 보일 수 있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에 네가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 느껴지고,
사실 이런 고민 계속하는 거 보니 마음을 다해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그 말을 듣고 쑥스럽게 웃던 후배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나 자신에게도 저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나 역시 후배처럼 이래도 안 좋고 저래도 안 좋은 선택지를 들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 보이니까, 자분자분 말해주었다.
말이 적은 게 신뢰의 의미로 다가갈 수 있고, 말이 많은 게 관심의 표현일 수 있지.
대표란 사람이 팀원들을 어떻게 대할지 계속 고민하기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사실 이런 고민 계속하는 거 보니 마음을 다해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 뭔가 힘이 났다. 아니,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기에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심을 다할 수 있고, 잘 모르기에 이 사람들과 함께 하나하나 맞춰갈 수 있고, 그렇기에 계속 고민하고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거니까 오히려 좋다는 그런 생각 :)
뻔한 이야기지만 어떤 선택이든, 어떤 특성이든 장점과 단점은 모두 존재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특성들은 관점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볼 수 있는 거고. 그렇기에 결국 중요한 건 내 선택의, 내 특성의 장점을 알아주는 게 아닐까. 그럴수록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인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그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도 있을 테니까. 더 나아가 그 특성이 멋지게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찾기도 좋을 거고.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좋다'는 말이 자존감 높이는 마법의 주문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이야 말로 부족한 나의 모습을 보다가도 멋지고 반짝이는 모습을 찾아줄 수 있는 말이니까. 단점 속에서 장점 찾기, 아니 어쩌면 단점의 탈을 쓴 장점 찾아내기. 그래, 오히려 좋았다. 그 후배도, 나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 이런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라 좋았다. 그렇기에 그 오히려 좋은 모습을 스스로도 잘 알았으면 하고 :)
사실 지금은 이렇게 잘 알고 있지만, 분명 다시 어렵게 느껴지는 날이 올 거란 것도 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중이기도 하고. 자존감은 나 하기 나름이니까 나중에 내 장점은 흐릿하고 내 단점만 자꾸 눈에 들어오면 다시 읽어 봐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오히려 좋다'고 또 말해줘야지. 그렇게 멋진 나를 계속해서 많이 사랑해야지. 어렵지만 충분히 노력할 가치 있단 거, 잘 아니까.
<건강한 자존감을 기르는 마법의 주문>
네가 ~~ 해서 오히려 좋아.
필자는 현재 내 마음을 위한 실천을 돕는 온라인 마음 관리 프로그램 '마인딩'의 대표이자, 나와 내 마음을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마인딩 크루로 살고 있습니다. 몸을 챙기기 위해 헬스장을 가듯 마음을 챙기는 것이 당연해지는 세상, 그렇게 마인딩을 만난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답게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