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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가 탄 티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간 카니발

by 민샤

다섯 식구가 하나의 작은 차에 타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한 명씩 앉으면 뒷자리에 세 명이 타야 한다. 그 가운데 자리의 몫은 다름 아닌 나였다. 셋째 중 막내인 나에게는 선택권이란 없었다. 한 명은 나이로, 다른 한 명은 멀미로 나를 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쳇.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발을 편하게 두지 못한다. 언덕 같이 솟아 나온 곳이 나의 발을 엉거주춤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쪽 발을 둔덕에 올리고 다른 한 발은 옆자리에 놓아야 한다. 형보다는 누나가 편하니깐 자연스럽게 누나 쪽으로 몸이 쏠며 티코의 승차감을 느꼈다. 부르릉.


그렇게 어정쩡한 자세를 타고 한동안 달리다 보면 대화도 사그라들어 각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생긴다. 그때는 시선 처리조차 불편하다. 거실 한 편에 있는 키와 날짜를 기록해 놓는 곳의 시야가 점점 높아질수록 차 안에서의 나의 시선 처리는 능숙해졌다. 운전자의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게 거울로 비치는 눈치를 살피며 좌우로 이동했다 앞으로 숙였다 했다. 그러다가 허리를 바르게 펴고 앉아야 한다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눈치 없게 튀어나올 때면 허리를 곧추세우곤 했다. 그럴 때는 운전하고 있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그럼 얼른 고개를 다시 숙여 아빠의 시야를 확보해 줬다.


이런 일이 그만하게 된 건 우리 집의 차가 카니발로 바뀐 후부터다. 형은 입대를 했거니와 뒷좌석이 넉넉하게 확보된 이후로는 뒷좌석에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신세가 되었다. 시골로 내려갈 때면 방석과 담요는 꼭 챙겨갔다. 나의 보금자리를 한층 더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창문을 열려면 티코처럼 손잡이를 돌리지 않아도 되는 카니발이 너무 감사했다.


카니발이 종종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언제는 액셀을 밟아도 말을 듣지 않았다. 주차를 하거나 가까운 동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고속도로에서 벌어졌다는 게 문제였다. 운전자는 엄마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시는 길이었다. 안 그래도 심란한 엄마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니발은 작동을 거부했다. 남은 동력으로 무사히 갓길에 세워 큰 사고는 막았다. 하지만, 카니발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간 환자 신세가 되었다. 결국 부모님은 카니발을 놓아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고마울 수 없는 카니발은 2024년을 기해 우리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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