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경력 교사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는가?"
제 이름에 앞에 붙은 '교사', 솔직히 낯부끄럽습니다. 교사하면 떠오르는 모범적인 이미지와 저는 맞지 않습니다.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먼저[先] 태어났다[生]는 의미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교직에 와있습니다.
한자를 좋아하던 학생은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었습니다. 어중간한 성적을 받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입시 원서를 써야 할 때 대학교와 학과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내세울 만한 건 '한자'뿐이었기에 한문학과를 위주로 알아보았고 고전번역가가 되길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의 크기만큼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학과는 한문학과로만 희망했습니다. 사회문화 교과를 맡고 계신 담임 선생님께서 '한문교육과'도 지원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의 저는 사범대와 교대도 구별하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교육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더랬죠. 최종 결과를 확인하니 다른 학교는 떨어지고 한문교육과에 붙어 사범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교육에 뜻이 없었던 학생이 사범대생이 되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교육학 수업을 들었을 때는 흥미가 있었습니다. 원래 좋아하던 전공은 자신이 있었죠. 하지만 교사는 꿈꾸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전번역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고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당장 졸업 후의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졸업을 2년 앞두고 미리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남들보다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건 미리 준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더구나 1년을 휴학했던 터라 동기들보다 졸업이 늦었습니다. 친구들의 합격 소식은 초조함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게 임용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터라 합격하고 교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둥지둥 방황하다 1년, 2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누군가가 교사가 된 이유에 대해 물어본다면 1차적인 대답은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안정성을 추구합니다. 도전의식이 굉장히 적은 사람입니다.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그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직업적인 신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직업을 가졌다는 게 저를 으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나 가족들이 좋아해 줬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은근히 주변에 합격 소식을 알렸고 형과 누나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8시 40분이 되면 조회를 하러 교실에 가야 합니다.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수업을 하러 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상담하러 내려옵니다. 아이와 마주 보고 앉습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네가 무슨 교사야'라는 문장이 울컥 올라옵니다. 불안정한 스스로를 아이들 앞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교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다가오는 아이들이 있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자랑하기 바쁜 아이들도 있습니다.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졸업을 하고도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흔히 교사가 미성숙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도 같습니다. 아이들이 미성숙한 교사의 성장을 돕습니다. 더 나은 언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어른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이제 다시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는가? 돈과 사회적인 시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수업에서 듣는 아이들의 대답과 웃음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저만의 교사관을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육철학을 세운다고 하던가요. 요란한 깡통이 되지 않기 위해 무언가로 채우는 중입니다. 그중 첫 번째 단계가 '나는 왜 교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왜 교사가 되었나요?
또는 왜 교사를 꿈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