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경력 교사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2.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근묵자흑, 유유상종이라는 성어가 있고, 《명심보감》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친구를 먼저 봐라'
그만큼 우리는 어떤 사람과 함께하냐가 중요하고,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가치관은 당연하게도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교사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하고, 교사마다 중시하는 가치가 있다. 정직, 공감, 존중, 공정, 봉사, 인내, 책임감 등등.
교사도 사람인지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근거하여 무게를 두는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정직과 관련된 인상 깊은 경험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도 정직을 강조하고, 불공정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교사라면 당연하게 공정에 우선순위를 둔다.
담임을 맡은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준다. 교사의 모습을 보고 잠재적으로 배우는 것들도 있고,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듣기도 한다. 또한 학생과의 관계를 통해 가치관이 새롭게 생기기도 한다.
#성실함
학생이 지각을 했다. 나는 왜 지각을 했냐고 물었다. 정확히 말하면 추궁에 가까웠다. 복도에 나온 학생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실내화 가방을 집에 두고 와서, 17층에 사는데 엘리베이터가 자주 멈춰서, 학교까지 다 왔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내 대답은 거의 같았다.
"5분만 빨리 준비했어도 안 늦었잖아!"
돌이켜보면 나는 지각을 거의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매일 아침 교실의 문을 첫 번째로 여는 것이 즐거웠다. 나보다 누가 먼저 와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지 않을 정도였다. 늘 열쇠를 받으러 교무실에 갔기에 선생님들께서도 내가 일찍 오는 학생이란 걸 아셨다. 그때마다 나를 칭찬해 주셨다.
"오늘도 일찍 왔네~ ○○이는 정말 성실해~"
칭찬에 더욱 부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늘 미리 준비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어쩔 때는 나보다 누가 먼저 와있을까 초조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로 인해 나의 가치관에는 성실이 자리잡았다. 아이들에게 말로 강조하지 않아도 나의 행동으로 나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투영된다. 조회시간 전에 미리 학급에 가있거나 수업 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에 도착한다. 그렇게 나는 지각을 몹시 좋아하지 않는 교사가 되었다. 허나 위와 같이 학생에게 지도하는 건 반발심을 낳는다.
문제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지각을 자주 한 학생에게 "왜 지각했어!"라며 혼내는 것보다 "네가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처럼 말하면 좋다는 말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말한다. 물론 심적인 여유가 없으면 이 또한 힘들다.
#따뜻함
수업 시간, 한 학생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얼마나 수업이 듣기 싫으면 그럴까, 많이 어렵나?'
쉬는 시간이 돼서 학생에게 다가갔다.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았는지 물었다. 학생은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았다고 했다. 나는 얼른 보건실에 가보라고 하며 주변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친구의 부축을 받아 보건실로 향하는 학생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수업이 듣기 싫었던 게 아니라 속이 불편했던 거였다.
만약 내가 아끼는 사람이 표정이 굳어 있다면,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어디 아파' 혹은 '어디가 불편해?'라고 물었을거다.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마음이 학생들에게는 미처 닿지 못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학생만의 상황이 있을 거라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왜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냐며 추궁하듯이 물었다면 학생과의 관계는 악화되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었던 그날 이후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내가 갖춰야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에게는 따뜻함이 필요했다.
때로는 다정함으로, 애정으로, 친절함으로, 연민으로 그 따뜻함이 드러난다. 따뜻한 마음으로 학생을 대하면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실수를 하면 안타까워진다. 큰 목소리로 외치면 즐거운 마음이겠거니 생각한다. 넘어지면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나에게는 이런 따스함이 필요하다.
온기를 느끼며 자란 아이들이 그 온기를 타인에게도 베풀 수 있다고 믿는다. 교사가 먼저 따뜻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학생들은 진정한 따스함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따뜻한 시선을 서로를 감싸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