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당신의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이 책은 우리가 가진 유일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자원 '시간' 활용에 대한 설명서이다. 레고의 각 블록들이 '시간'이고, 완성하고자 하는 최종 형태가 '나의 미래'라면, 이 책은 조립 설명서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우선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읽기(입력)/생각하기(처리)/기록하기(출력)/실천하기(결과) 총 4단계로 이루어진다. 사실 이 책뿐만이 아닌, 과거에도, 앞으로로 당신에게 들어가는 모든 새로운 정보는 당신이 알게 모르게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왔고 거칠 것이다. 다만 의식적으로 당신이 매 단계마다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하느냐, 당신의 무의식이나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선택해주느냐는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모든 입력, 처리, 출력의 결과는 결국 나의 미래이다
또한 각 단계는 일방향이 아닌, 상호작용의 관계에 있다.
새로운 요리를 처음 해본다고 가정하고 이 프로세스를 설명하자면:
입력:
아마 유튜브나 요리책 등으로 레시피를 먼저 찾아볼 것이다. 레시피에는 필요한 재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조리 순서가 나와있을 것이다.
처리/출력: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되는 단계이다. 만약 집에 필요한 재료가 없다면, 마트에 가서 사 오거나, 대체재로 쓸만한 다른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고 이 것은 당신만의 레시피로 재탄생할 것이다. 또한 주방기구 중 무엇을 쓸지 생각할 수도, 최종 플레이팅은 어떻게 할지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과정 중 혹시 레시피나 조리순서를 기록한 노트가 있다면 출력물이 될 것이다.
결과:
당신은 성공적으로 요리를 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당신이 기대했던 맛이든 아니든,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상호작용:
실제 요리를 하던 중 기록을 따로 하지 않았다면, 다시 처음 봤던 영상이나 요리책을 찾아볼 수도 있다. 또는 레시피를 따라 옮겨 쓰면서 본인만의 변형을 상상하여 추가하거나 삭제하였을 수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Trial/Error 과정을 겪으며 이 4단계 중 뒤돌아가거나,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왔다 갔다 하며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요리를 예로 들었지만,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당신이 하는 모든 활동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똑같은 원리이다. 단지 최종 결과물이 요리가 아닌 '나의 미래'일 뿐.
#기억 vs 기록
기억은 생각보다 빠르게 소멸되고, 기록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대부분의 경우 입력과 처리는 누가 설명해주지도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된다. 무엇을 입력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무언가를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과정은 인간이라면 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혼자서 터득해간다. 하지만 기록하는 것은 대부분 생략한다.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본인의 뇌가 다 기억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거나 입력된 정보가 기록한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꿈이 있다. 우리는 가끔 엄청나게 생생한 꿈을 꾼다. 너무 생생하고 흥미로워서, 영화나 소설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서 얼버무리거나 대충 지어내서 마무리하기도 한다. 꿈을 꾸는 사람은 많아도, 일어나자마자 기록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록해 놓은 것들은 굳이 외우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화번호부가 있다. 요즘은 아마 가족이나 정말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전화번호를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알아서 다 저장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다 닳거나 잃어버릴 때를 제외하고는(이마저도 클라우드를 통해 쉽게 복구가 가능하다)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처럼 기억은 생각보다 빠르게 소멸되고, 기록은 생각보다 오래(평생 또는 수명보다도 길게) 지속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에서 그치는 이유는 기억에 의존하고 기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의 또 다른 장점은 기억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껴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거나 이미 있는 기록을 발전시키고 구체화시키는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정보 저장 방법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
지난 장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했다면, 이제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기록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독후감을 썼듯이, 이 책의 각 장을 읽으며 느낀 점들을 써 내려가 봐도 되고, 그냥 일기처럼 당신의 하루를 적어도 된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영화를 봤다거나, 일상생활 중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었다면, 그 정보를 '처리'한 당신의 생각을 '출력'하는 것이다. 굳이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았더라도 당신의 생각만으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한 시간 - 3시간이든 5시간이든 1시간이든 10분이든 - 그 시간 동안 한 활동이나 생각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는 것이다.
기록은 굳이 글의 형태가 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에게는 사진이 될 수도, 그림이 될 수도, 음악이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조각이 될 수도, 게임이 될 수도, 또는 다른 형태를 가진 두 가지 이상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무형의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유형의 무엇이든 남기는 것에 의의가 있다. 굳이 자신이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누구나 가장 쉽게 당장 할 수 있고, 그중 가장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은 글 또는 말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글을 전제에 두고 설명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만약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감조차 안 온다면, 우선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부터 가지기를 추천한다. 한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그 기업의 재무제표, 관련 기사나 기업 소개 자료, 관련 산업 전망 등 그 기업에 관한 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공부하듯이, 나에게 투자하려면 우선 내가 누군지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뚜렷한 미래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이미 마쳤다면, 그 생각을 기록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자기 탐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부록에 첨부하였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사실 이 작업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인데, '나 자신'도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생각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거나 퇴보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 한 달 전의 나, 또는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다. 주기적으로, 최소 1년의 한 번 정도는 자신을 객관적으로(사실 완벽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분석, 탐구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수행하길 추천한다.
#페이스메이커 구하기
당신의 시간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간을 활용하라
다음으로 해야 할 행동은 그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 저장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브런치가 될 수도 있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개인 홈페이지, 클라우드 드라이브 등 나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아무 곳이면 상관없다. 개인적으로 노출하기 싫은 정보는 비공개로 해도 좋다.
다만 꼭 해야 하는 것은 주변인이나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중 최소 한 명에게는 당신이 공유한다는 사실과 링크를 알려주는 것이다. 마치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듯이, 당신도 지속적으로 당신의 기록과 활동을 모니터링해줄 동료가 필요하다. 다른 한 명과 같이 하여 서로 공유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이자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주기적으로 당신이 적어놓은 수첩이나 노트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만약 당신을 도와줄 단 한 명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한 명을 구하면 된다. 이미 수많은 자기 계발 커뮤니티나 동호회가 있고, 없다면 당신이 직접 만들면 된다. 아니면 친한 친구 중 한 명에게 밥 한 끼 사주면서 부탁해보자. 그럴 용기마저 없다면 배게 옆에 있는 인형에게라도 공유하기를 추천한다. 비록 어떠한 피드백도 줄 수는 없지만 최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라도 할 것이다. 한 명이라도 옆에서 당신의 기록과 성장을 지켜본다는 사실은 당신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책임감과 동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당신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도 당신의 투자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기록들이 쌓여 당신의 팬, 팔로워, 구독자가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할 수도 있다.
이 단계까지 완성했다면, 당신은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작은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Note taking is one of my favourite pastimes. I can’t tell you where I’d be if I hadn’t had a pen on hand to write down my ideas (or more importantly, other people's) as soon as they came to me.
메모하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입니다. 생각(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나에게 왔을 때 그것을 적는 펜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창업자(Richard Branson, Founder of Virgin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