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폐와 수령
북한에서 화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산주의는 화폐가 없는 사회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과도기로써 사회주의 체제는 아직 완성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폐를 용인한다. 화폐를 인정은 하지만 가급적 그 기능을 억제하고 통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회주의 화폐 유통의 기본 방침이다.
사회주의 화폐이론에 의하면 화폐는 특수한 역사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경제수단이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폐지되고 착취가 사라지는 공산주의 단계에 도달하면 화폐제도는 사라지는 운명인 것이다. 이런 화폐이론에 따라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화폐의 기능을 가급적 제한하는 정책을 집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사회주의가 아직은 성숙하지 않아 사회적 소유형태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국가 소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에서는 협동조합적 소유가 지배하고, 공식ㆍ비공식적인 사적 소유도 있다. 다수의 농업협동조합은 농산물을 국가나 주민에게 판매한다. 그리고 다수의 개인사업자도 재화와 서비스를 주민에게 팔기 때문에, 상품 생산과 상품 유통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 유통을 매개하기 위해 화폐가 필요하다.
[그림 1] 사회주의 성숙단계와 화폐의 존립
※ 출처 : 현대조선문제강좌 편집위원회 편, 『북한의 경제』(서울: 광주, 1988), p. 278~279 참조.
현재 북한에서는 화폐가 활발히 사용될 뿐 아니라 금전만능주의까지 팽배해있다. 결국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신념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북한은 화폐를 왜, 어떻게 말살했는가? 그리고 어떤 이유로 화폐가 살아났는가? 살아난 화폐가 어떻게 북한 주민들의 삶을 바꾸고 수령체제까지 흔들고 있는가?
[그림 2] 북한의 화폐
필자는 지금부터 ‘돈’이라는 사물을 통해 북한의 삶을 바라보려 한다. 흔한 사물 하나를 통해 사회구조 전체의 맥락을 더듬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