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부자’라는 단어는 참 묘하다.
말만 들어도 마음 한편이 괜히 풍요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마치 지금 당장 내 통장에 큰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그 단어만으로도 잠깐은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부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을 게으르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아온 것도 아니다. 늘 부족하고 늘 아쉬운 삶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애잔하고 안쓰러운 삶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까지 꿋꿋하게 살아왔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은 늘 완벽하지 않았다. 가끔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기도 했고, 더 많이 갖지 못한 현실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나름대로 버티며,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나는 돈이 많은 부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때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교적 밝았고, 사람을 쉽게 믿는 편이었다. 작은 일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려 했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근 몇 년 사이 쌓여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갱년기라는 삶의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40대라는 나이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쉽게 긍정적인 마음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요즘 마음이 많이 지쳐 있구나.’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밝은 생각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은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예전처럼 당당하게 “나는 마음의 부자입니다.”라고 말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
살다 보니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리고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일. 이 모든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관계 속에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기대했던 따뜻함을 받지 못해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지치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방어적인 사람이 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하나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요즘은 조금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 든다. 마치 힘든 고비 하나를 겨우 넘긴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한다.
예전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보기로.
조금은 느리더라도 다시 마음을 밝히며 살아보기로.
나는 이제 돈의 부자보다 지혜의 부자가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로운 사람이 되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이 많은 부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돈이 많은 삶 보다 지혜가 더 많은 삶을 살아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진짜로 꿈꾸는 부자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부자를 돈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된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통장의 숫자보다 마음의 깊이와 삶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사실을 말이다.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_에픽테토스
나는 오늘도 부자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 돈의 부자가 아니라 지혜의 부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다시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