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솔직한 편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솔직함에도 온도가 있다

by 민쌤

항상 솔직한 편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_솔직함에도 온도가 있다.



나는 꽤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살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해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심적이지 않거나 불리한 대화가 오갈 때면 마음속에 담아 두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말해버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 않고 오래 담아 두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이어지고, ‘그때 말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순간에 솔직하게 말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편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오랜 시간 만나며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모든 솔직함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말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가 되기보다 각자의 주장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화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상처받은 감정뿐이다. 요즘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대화를 통해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상대는 자신의 생각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그럴 때 대화는 더 이상 대화가 아니라 감정의 충돌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덜 솔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보다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오기도 하고, 그냥 듣고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더 이상의 설명도, 설득도, 해명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속 어딘가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크게 다툰 것도 아닌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마음이 묘하게 불편하다. 그런 순간을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관계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 사이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인연은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인연은 특정한 시기에만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한다. 그때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역시 하나의 흐름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좋았던 시간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관계가 나에게 편안함보다 불편함을 더 많이 준다면, 마음이 자꾸 무거워진다면, 그 인연을 조금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요즘 한 가지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 솔직함에도 온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말을 다 하는 것이 솔직함이 아니라 어떤 말은 하지 않는 것도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로는 침묵이 관계를 지켜주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예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말하려 한다. 모든 생각을 다 꺼내기보다 마음속에서 한 번 더 머물게 하려고 한다.


아마 이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게 되는 삶의 방식 중 하나일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그 과정 속에서 관계의 온도도 달라지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도 조금씩 변해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의 이 관계가 나에게 편안한가. 이 만남이 내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조용히 거리를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솔직함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아는 것이 지혜다.”


_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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