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마음이 흔들릴 때 찾는 곳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집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에게 그것은 ‘움직임’이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해질 때면 나는 차를 타고 아무 방향이나 향한다. 목적지는 없다. 그저 달린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조금 낯선 골목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 카페 앞에 차를 세우기도 한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카페에 앉아 아무렇지 않은 척 책을 펼친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많지만 괜찮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듣고, 창밖을 바라보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그 시간이 나를 조금씩 살려낸다. 가끔은 유튜브를 보다가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굳이 참지 않는다. 울음이 나오는 대로 흘려보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본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앉아 있으면, 이상하게도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의 ‘안전 가옥’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렇게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과 공간의 조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때는, 그 ‘안전 가옥’을 내가 직접 만들어본 적이 있다.
6년 전, 엄마를 떠나보낸 뒤 나는 깊은 우울 속에 잠겨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감과 무너지는 감정들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시간까지 겹치며,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내가 만들어보자.”
그렇게 동네에 작은 공간을 빌려 작은 카페를 만들었다. 거창한 계획도, 대단한 목적도 없었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하나면 충분했다. 신기하게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혼자 있기 힘든 사람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함께 라인댄스를 연습하며 웃고 떠들던 시간들까지.
그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잠시 맡겨두는 ‘안전 가옥’이 되어갔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밀려온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그 공간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예쁘고 분위기 좋은 북카페. 사람들이 와서 조용히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잠시 삶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공간.
아직은 막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나는 이미 한 번, 나의 ‘안전 가옥’을 만들어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공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나는 다시 나를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