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민음사, 2009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자신도 모르게 늘 산골짜기의 드넓은 자연을 상대로 고독하게 연습하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었던 탓에, 발목 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고독은 애수를 짓밟고 야성의 의지력을 품고 있었다. 다소 소질은 있다 하더라도 복잡한 곡을 악보로 독학해서 악보를 보지 않고서도 자유자재로 켤 수 있게 되기까지는 강한 의지로 노력을 거듭했음에 틀림없다.
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틋해지기도 하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