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 편혜영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 서평

by 옥돌의 책 글 여행




영혼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123761


편혜영 작가의 『죽은 자로 하여금』은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하는 <현대문학핀 시리즈 소설선>의 첫 번째 소설이다. 2017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 분량에 200여 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


소설의 제목 '죽은 자로 하여금'은 작가가 성경을 읽던 중에 마태복음 8장의 인상적인 구절을 가져와 붙인 것이다. ‘영혼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이 구절의 '죽은 자'는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시스템의 논리에 복종하는 사람들을 확대해석한 의미이다. 지방 도시의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본성과 욕망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가 편혜영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문창과와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슬털기」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등이 있고,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숲에 갔다』가 있다.

작품활동을 하며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무게감과 강한 메시지를 담아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소설은 지방 도시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직해 온 주인공 '무주'가 직장동료 '이석'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석은 한때 조선업의 호황을 누리던‘이인시'에서 선도병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끈 중추적인 인물이다.

무주는 서울 종합병원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이직했지만, 이석의 도움을 받아 선도병원에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하지만 조선업의 몰락으로 선도병원의 병실이 비어 가고 존폐 위기에 놓인다.

병원의 자구책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 팀이 꾸려지고 그 팀에 무주가 투입된다.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하던 무주는 이석의 비리와 맞닥뜨리고 그에게 아픈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석의 비리로 고민하던 무주는 아이를 유산하고 위로받지 못한 아내와도 멀어진다.


<마태복음> 8장에 이런 구절이 있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계속 곱씹었어. 예수는 인자하고 자비롭다면서 죽은 사람한테 왜 이러나.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야박해도 되나…… 이해할 수 없었지. 한참 새기니까 조금 알 것도 같더라고.”

- 《죽은 자로 하여금》, 139쪽


이석은 공고를 졸업한 후 선도병원 간호사가 되고, 온갖 일을 도맡아 하다가 관리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아이를 서울에서 돌보고 있는 아내에게 병원비를 대느라 버거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선도병원에서 관행대로 이루어지는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며 조직에 복종한다.


무주도 이전 병원에서 관행대로 일을 진행해 오다가 비리에 연루되어 사직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아내의 임신으로 태아를 생각하며 공명심에 사로잡히고, 이석의 비리를 고발해 도덕성, 윤리의식을 회복해 보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의 고발로 사직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이석이 관리자로 당당히 복직해 무주를 압박한다. 성경구절을 인용해 순응과 타락, 동조하기를 요구한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논리로 움직이는 메디컬 서사 속에 인물 간의 갈등을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한때는 골리앗과도 다름없던 조선업 성황의 상징물 크레인 해체와 그에 따른 지방 도시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근간으로 한다. 그 안에서 인간의 불완전한 욕망을 첨예한 대립 속에 응축해 보여준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면에 쇠퇴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산업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도태되는 인간의 불완전한 삶이 위태로운 오늘에 경각심을 심어준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에 이입해 읽어볼 만하다.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 사유를 이끈다.

- 서평집 《인문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 pp.86-89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360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