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적'인 꿈과 환상, 열망을 읽다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2003

개츠비는 위대한 인물일까? '위대하다'라는 단어는 '뛰어나고 훌륭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위대한 개츠비> 책을 펼치며 개츠비는 위인 중 한 명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개츠비는 실존 인물이 아닌 소설 속의 허구 인물이었다. 어떻게 개츠비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와 '개츠비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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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민음사, 2003)>는 1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의 삶과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대혼란의 시기였던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 경제 성장으로 물질의 풍요와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했다. 그 당시 규정된 금주령으로 밀수업자들이 백만장자가 되고 도덕성이 결여되었다. 작가는 부와 화려함이라는 시대적인 분위기에 휩쓸리면서도 이 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냈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로 등장하는 닉 캐러웨이는 주식 채권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온다. 그는 친척인 데이지와 대학 동창인 톰 부부가 사는 롱아일랜드에 자리 잡는다. 그의 옆집에는 개츠비가 살고 있다. 밀수업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한 개츠비는 대저택에서 호화 파티를 벌인다. 파티에 초대받고 개츠비와 친구가 된 닉은 그의 첫사랑이 데이지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개츠비의 간곡한 부탁으로 닉은 두 사람의 재회를 돕는데...

나는 토요일 밤이면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다. 개츠비가 열던 그 눈부시고 황홀한 파티가 나에게는 너무 생생하여 정원에서 희미하지만 끊임없이 들리던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했고, 그의 진입로에 오르내리는 자동차 소리도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는 실제로 자동차 소리를 들었고, 헤드라이트 불빛이 앞쪽 계단을 비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아마도 지구의 반대쪽에 가 있다가 파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찾아온 마지막 손님이었으리라. (261쪽)

개츠비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성장한 인물이다.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닉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 모두 물질 만능주의와 도덕적 타락을 당연하게 즐기며 살아간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도덕적 타락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다.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호화 파티는 우아하고 화려하다. 하지만 실제는 탐욕스러움과 부정부패,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192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미국인의 꿈과 낭만적인 환상을 작가는 개츠비의 성공과 몰락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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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적인 성공은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의 꿈과 열망을 담고 있다. 꿈과 환상, 열망이 과하면 그 끝이 아름답지 않은 법이다. 불법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개츠비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성숙한 삶을 추구했다면 어땠을까. 속물근성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데이지에게 쏟는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은 눈물겹고 안타깝다. 결국 과거에 집착하고 현재의 성공에 안주함으로써 개츠비는 허무하게 몰락한다. 보통 사람들의 꿈과 환상, 열망도 헛된 꿈으로 함께 주저앉는다. <위대한 개츠비>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서일까?새드 엔딩에 정신이 번쩍 든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작가 프랜시스 스콧은 1896년 9월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시절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육군 소위로 참전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한 그는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을 거두면서 파혼당했던 젤더와 결혼하고 호화로운 사교계 생활에 빠져든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1925년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고,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