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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Nov 17. 2021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2020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니클의 소년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힘 있는 자의 시선으로 보면 분명 니클의 소년들죽어서도 골칫덩이다. 인종 차별의 시선이기도 하다.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골칫덩이가 되고 인종차별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이 책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니클 아카데미'는 1899년 주 정부에 의해 플로리다 소년 산업학교로 문을 다. 어린 범법자들을 신체적, 지적, 도덕적 교육을 통해 새사람으로 만들어 사회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감화원이다. 이곳에 들어온 소년들은 수감자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부른다. 폭력적인 범죄자들과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적인 범죄자들이 모두 감화원 직원이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책을 쓴 콜슨 화이트헤드는 퓰리처상 100년 역사상 이례적인 두 번의 수상을 했다. 는 1969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라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니클의 소년들>로 202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19년 커커스상 수상, 전미도서상 후보작, 2020년 오웰상 수상, LA타임스 도서상 후보작으로 올랐다. 플로리다주 남학교 이야기에 영감을 얻고 철저한 취재 기사와 웹사이트의 실제 경험담 등을 읽고 쓴 장편 소설이다.



뉴욕시에 엘우드 커티스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니클의 소년 한 명이 살았다. 그는 가끔 그 옛날의 감화원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곤 했다. 그동안  바뀐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동창회 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도 않고, 동창회에 나가지도 않았다. 여기에는 여러 개의 이유가 있었다.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비밀 묘지가 발견되자 그는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흑인 소년 엘우드는 니클 소년이다. 니클에 들어오기 전에는 모범생으로 할머니와 단 둘이 평온하게 살아간다. 운 좋게 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는 행운을 얻지만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니클 아카데미(감화원)에 들어가게 된다. 엘우드를 포함해 니클의 아이들은 고통을 견디는 능력과 함께 살아간다. 고통을 견디는 능력 속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꿈을 꾼다. 엘우드는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가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마침내 엘우드는 그곳에서 가까워진 터너와 함께 탈출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소년만 살아남는다.


엘우드가 두 번째로 알아차린 것은 그 아이의 섬뜩한 자신감이었다. 청소년기 아이들 때문에 식당 안이 온통 소란스럽고 정신이 없는데도 이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 안에서 차분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엘우드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상황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 상황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 그는 자기 이름이 터너라고 말했다.



<니클의 소년들> 속의 세상은 침묵을 지킨다. 뜻하지 않게 급류를 타는 엘우드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어둠 속에 가려진 진실은 엘우드와 같은 이들의 담대함과 용기가 모여 빛을 보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입되어 고통스럽고 심장이 쫄깃한 감정을 맛보았다. 그들의 삶은 언제쯤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빛을 볼 것인가. 그들의 고통에 무방비 상태로 빠져들던 나는 마지막 반전을 맞으며 소름이 돋았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감동이 교차했다.


책을 덮고 난 후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니클의 소년들처럼 불합리한 상황과 인종차별 앞에 놓인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엘우드처럼 인내심과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담대하게 용기 내어 맞설 수 있을까? 침묵으로 입을 다무는 선택을 까? 부끄럽지만 침묵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담대하게 용기를 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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