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19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한동안 내 몸을 바라보았다. 특별히 이상한 데는 없었다. 나는 나였고, 항상 짓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내가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내가 거울에 비친 영상이고, 영상으로서의 밋밋한 내가 진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오른손을 얼굴 앞으로 가져가 손등으로 입가를 훔쳐보았다. 거울 속의 나도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울 속의 내가 한 짓을 내가 되풀이한 건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는 내가 진짜로 자유의지를 갖고 손등으로 입가를 훔친 건지 아닌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하, 2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