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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May 08. 2024

운동회의 꽃은 400m 계주 달리기

심장소리가 쿵쾅거림


초등학교 운동회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5월 초에 다녀왔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이미 학교에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연차나 휴가를 내셨는지 학부모와 학생들로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재개된 운동회에 작년에 참석하지 못한 죄책감에 휴가를 냈다. 그래놓고 밀린 살림살이 한다며 느지막하게 집을 나서게 됐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학교라서 그런지 몇 걸음만 걸어 나와도 우렁찬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뜨거운 태양이 내 뺨을 스치면서 달리게 만들었다. 운동장에 막 들어서니 발은 총총걸음으로 빨라졌다. 3분 거리 내에 있는 운동장에 도착했다.(걷다가도 넘어지는 내가 달린다는 행위는 무척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6학년인 아이의 학년을 찾느라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미 운동장은 학생들학부모로 가득 차 있었다. 도착했을 때 딸의 학년이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타이밍이라니 절묘했다. 누가 볼세라 달려들어 딸을 찾았다. 딸아이에게 아침에 엄마 학교 간다고 큰소리쳐놓고 아이가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둬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컬러베스 효과라고 했던가.

내 아이는 수백 명들 사이에 있어도 반짝거리며 빛난다고. 똑같은 옷을 맞춰 입은 학년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내 금쪽같은 내 새끼를 1분 아니 1초 만에 찾아냈다. 작년에 이어 이벤트 업체를 불러서 크게 운동회를 했다는데 작년에 안 온 게 후회됐다. 아이들의 경기도 경기지만 학부모들의 경기가 정말 웃음을 안겨주었다.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전교생이 반으로 나뉘어서 했는데 정말 저학년과는 달리 고학년은 마음자세부터 달랐다. 모든 경기에 적극적인 저학년과 달리 고학년들은 사춘기라 그런지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느릿느릿한 움직임과 이기려고 애쓰지도 않고 시간만 보내는 거 같았다. 곧 있으면 바짝 긴장하는 신입생이 돼야 할 녀석들을 생각하니 어딘지 모르게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이었다.




한마음이 되는 줄다리기




400m 계주 달리기 시간



달리기가 운동회의 꽃이라고 했던가. 여유 있게 옆의 짝꿍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기와는 달리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관심이 집중되는 400m 계주 경기였다.

시작을 알리는 권총소리 탕~~!!  깜짝 놀라서 자동으로 시선이 계주로 넘어왔다.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계주에 뽑힌 적이 없지만 나는 달리기 하는 아이들이 꼭 내 새끼 같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요동을 친다. 이어 달리기라 바통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 순간이 꼭 내가 하는 것처럼 조심조심하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됐다. 나도 이런데 운동장에서 달리는 학생의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안 봐도 비디오다.


 


청팀과 백팀이 앞지르고, 약간 넘어질락 말락 비틀거리면서 잠깐 휘청하는 사이 역전되었다. 그러다 다시 재역전되면서 운동장의 열기는 찜질방만큼이나 뜨겁고도 시끄러웠다.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누구 하나 목청껏 소리치지 않는 사람 없었다. 깃발을 흔들면서 응원하는 어린 학생의 팔이 남아나지 않을 거 같았지만 기특해 보였다. 우리 아이가 분명 백팀이라고 했던 같은데 사실 어느 팀이든 이기는 우리 팀인 것처럼 응원을 했다. 이렇게 내가 운동회를 좋아하는 줄 처음 알았다.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도 운동장에는 그 먼지를 다 먹어버리겠다는 한 마음으로 동요했다.

파란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려도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이 일제히 서서 응원하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하고, 애간장이 타서 가슴 졸이며 제자리걸음 폴짝폴짝 뛰기도 했다)


모든 경기의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정말 후끈 달아올랐다. 육상부였다는 학생이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 계주경기는 끝났다. 전교생이 제자리에 앉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고요해지고 적막해졌다. 다들 운동회의 끝을 알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집으로 준비를 했다.


코로나로 몇 년 만에 운동회 하는 모습은 말 그래도 살아 숨 쉬는 축제 같았다. 학부모 줄다리기를 엄마, 아빠팀으로 나눠서 했다. 단체전 경기에 참여하신 학부모님들 덕분에 정말 많이 웃었다. 이렇게 적극적인 부모님들이 계시니 아이들이 더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동안 심장 뛰게 즐거운 순간이 없었나 보다. 



한 줄 요약 : 운동회에서 400m 계주 달리기를 보며 내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심정으로 목청껏 응원했다. 어느 팀이 이겨도 상관없지만 업치락뒤치락하는 절묘한 순간이 스릴 넘쳤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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