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새로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소개와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를 꼼꼼히 읽는 편이다. 『멋진 신세계』는 머리글로 시작하고 마무리는 옮긴이의 말로 마무리를 짓는 구성으로 이렇게 머리글이 20페이지 정도나 설명되어 있어 시작도 전에 머리가 지끈지끈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읽기를 잘했다고 깨달았던 책이다.
처음 부분만 읽고는 어려워서 과연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독서모임에서 읽어서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고 그 보람이란 더할 나위 없다.
멋진 신세계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버나드, 레니나, 존을 중심으로 읽어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공상과학소설은 과학기술이 전체주의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비극에 대해서 말해준다.
올더스 헉슬리
현대 고전을 남긴 올더스 헉슬리는 어떻게 100년 전에 이런 공상과학 소설을 썼을지 그의 뇌가 궁금했다. 올더스 헉슬리는 영국의 소설가로 지적인 환경 속에서 태어나서 광범위한 지식뿐 아니라 예리한 지성과 우아한 문체로 오만하고 냉소적인 유머감각으로 유명하다.
1932년 작품인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남긴 작품으로는 『어릿광대의 춤』, 『연애대위법』, 『불멸의 철학』, 『루덩의 악마』, 『인식의 문』, 『섬』 등이 있다.
줄거리
제1장의 시작부터 인간 사회의 인공 부화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서 놀랐다.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의 묘사로 시작한다.
시험관에서 자라는 모든 인간은 "공동체, 동일성, 안전성"이라는 표어를 가진 멋진 신세계에는 계급별로 나누어져 있고 개인의 삶은 미리 계획된 역할과 책임에 따라 결정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5계급이 나뉘어 계속 인간의 정서와 인격을 조종당하며 살아간다.
모든 남녀는 자유롭게 연애하고, 언제나 원할 때 피임약을 먹으며 상대를 바꿔가며 연애를 한다. 불편한 생각이 들 때마다 찾는 ’ 소마‘라는 마약성 진정제 한 알만 먹으면 감정과 욕구를 조절당하고, 사회적으로 훈련받아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서는 부모라는 개념도 없고 어머나 아버지가 아주 미개한 것으로 여기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성희를 즐기게 훈련받는다.
’ 멋진 신세계’에서는 쾌락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인공적으로 태어난 이들은 개성과 자유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정반대의 세상이 바로 여기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알파 계급인 버나드는 자신의 개성과 진정한 자유를 찾지 못하고, 이성적인 규율에 맞춰 사는 것에 불만의 느껴서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갖고 사는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가고 싶어 한다. 알파계급인데도 키 작고 외모도 못생긴 것은 인공부화 당시 대용혈액 속에 알코올이 들어가서 오해받고 외톨이로 지낸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버나드는 이곳이 아닌 야만인 보호구역에 같이 가고 싶은 베타계급의 레니나와 여행을 떠난다. 아름답고 지적이며 인기 있는 여성으로 나오는데 멋진 신세계에 안주하면 사는 사람들과 다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SF미래과학 소설답게 자연을 조작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그려지고 있는데 인공적으로 생산된 식물과 동물이 존재하며,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제어되는 세상이다. 반면에 상반되게 표현되는 야만인 보호구역에 사는 존과 린다를 만나서 나중에 문명세계인 멋진 신세계로 데리고 온다. 존은 문명세계에서 스타가 되지만 린다는 볼품없고 뚱뚱하고 늙어서 외면당하고 죽게 된다.
놀라운 점은 린다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어머니가 되는 일을 멋진 신세계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존은 린다에게 한글을 깨치고 윌리엄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으면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인간관계와 자유에 대한 이해를 배운다. 존은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레니나는 존을 첫눈에 반해 사랑하지만 존은 레니나가 생각하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화적인 차이라고 해야 하나.
존은 이 세계에서 소마를 배급받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환멸을 느끼고 자유를 억압받는 게 싫어서 구해주려고 소마를 모두 버린 후에 체포된다.
멋진 신세계'의 마무리가 존의 자살로 끝나면서 다시 머리글로 돌아가서 읽게 되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합된 소설로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면서 한계와 위험성까지도 알려준다. 단순히 인간의 개성과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정서, 인간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기 위한 것이다.
존의 자살로 비관적인 메시지를 주지만 상호작용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존은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불만족으로 인해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려고 했다. 이 세상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으니 이번 생의 마감으로 인간의 무력감과 취약감을 강조했다.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인상 깊었던 부분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 이나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p.333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해. 행복은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 p.345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p.362
야만인 존이 멋진 신세계로 와서 통제관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했다.
◆ 일주일 읽으면서 함께 나눈 질문은?
1. 행복한 사회구성원이 되려면?
2. 행복의 기준, 행복의 요소,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 있는가?
3. 야만인은 고통과 불행을 부르짖고 외딴 등대로 가지만 그곳에서 과연 갈망하던 원시적인 평화를 누렸던가?
4. 가족이라는 유대가 사라진 세계, 죽음도 익숙하게 길들이는 훈련을 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느 만큼이나 인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