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으로 오사카 다녀왔다고 하면 반드시 들르는 곳으로 사람이 정말 많았다. 들어가는 입장줄도 어마어마했다.
오사카로 출발한 지 3일 차 일본에서의 생활은 2일 차로 오사카 도톤보리 여행을 하루하고, 다른 하루는 교토투어를 클락에서 신청했다.
사실 신청자가 몇명안 되면 무산된다는 소식을 듣고 출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3팀이었고 우리 버스는 3호차로 총42명이었다. 역시 패키지 일정은 빈틈없이 일정이 힘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틈을 주면 싫어하는지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측정하여 아주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이동시 가이드가 유적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도착하면 자유여행이고 몇 시 몇 분까지 버스로 돌아오면 다음 여행지로 출발하는 투어였다.
한 명이라도 늦게 오면 단체팀은 뒤처지지 마련이기에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만 했다. 여행은 즐거움도 있지만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배우게도 해준다. 서로 배려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언니네는 성인 된 딸이지만, 내 딸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어제저녁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배가 아프다고 타지에서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찡찡거렸다. 이번이 한두 번이 아니 기었기에 그냥 넘겼다. 괜스레 따지고 들면 더 깐깐해지니 피하는 게 좋다고 수년간의 경험으로 터득했다.
이른 아침부터 도톤보리의 거리는 벌써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모두 나와 같은 관광객처럼 구글지도를 켜고 핸드폰을 앞잡이로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걷는 것이 일치했다. 어제저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른 아침은 한적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어젯밤에 글리코상 앞에서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모였는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도로에 빈틈없이 사람들로 서있었다. 앞으로 걸어가고 싶어도 걸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손을 꼭 붙든 딸은 나와 같은 극내향형으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만 서 있어도 기운이 빠지고 멍한 상태가 되어 불안한 상태가 된다. 다리가 무너질까 봐 무서웠다고 숙소에 와서 벌러덩 누웠다.)
아침 8시까지 가이드가 지정한 모집장소로 가기위해 숙소에서 7시 반에 나왔다. 나야말로 새벽형 인간이기에 이른 시간이 거뜬했지만 딸에게는 일상 학교 가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니 여행이라고 신나서 따라왔던 딸은 뱃멀미에 꽉 찬 스케줄에 다리가 아프다며 계속구시렁구시렁거렸다. 그뿐 아니라 계속 걷고 또 걸어서 눈을 쉬지 않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라 눈길이 저절로 가기때문에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한 눈이라도 팔다가 놓치기라도 했다가는 국제 미아가 될까 봐 손을 꼭 붙들고 다니느라 잔뜩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더구나 가는 곳곳마다 인파에 치여서 엄청 힘들어했다.
어른인 나도 내향형이라 많은 사람들 틈에 가면 순식간에 기운이 쭉 빠지는데 애는 오죽할까 싶었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이를 악물고 하려니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대나무 숲 속을 걸을 때 정말 무서웠다. 비는 무섭게 쏟아지고 여행자들 틈에서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방황했다. 역시나 교토 관광지는 도쿄보다 훨씬 관광을 목적으로 온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좁은 길에 발을 디딜 틈 없이 옆사람의 우산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옷을 젖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화는 온통 낙엽에 진흙투성이에 이미 흠뻑 젖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신발 속에서 발들이 미끄러졌고, 빗물이 신발밖으로 새어 나왔다. 딸아이는 무섭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얼른 달려들어 팔짱을 끼었다. 보통 때에는 이런 애가 아닌데 이런 행동이 염려되었다.
우산을 각자 들었기 때문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고 우산살의 뾰족한 것이 내머리카락에 걸려들어 빠지지도 않았다. 앗 따가워~~ 이 말을 안 했어야 했다.
버스투어는 처음이었는데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번 교토투어는 버스에서만 안내를 해주고 자유여행이었지만 패키지는 곳곳마다 깃발을 들고 다니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정해진 시간을 알려주면 여행자들은 각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었다.
대신 가이드님이 음식점 예약도 대신해 주었지만 우리는 신청하지 않았다. 대신 아리비아커피, 일명 응커피는 앱으로 예약하고 대기순서대로 먹어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약 30분 넘게 기다려서 받을 수 있었다.
가이드가 알려준 시간에 맞춰 버스로 달려가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는데 딸아이가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비 때문이기도 하고, 세찬 비속에서도 강행군을 했으니 얼마나 힘든지는 알지만 그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버스에 탄 모든 여행객이 아닐까 싶었다. 문제는 다음 여행지에서 버스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집에서는 노상 있는 일이라지만 밖에 나와서 이러니 말 그래로 난감했다. 사실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어찌 엄마가 딸만 두고 내린단 말인가. 앞자리에 남자분이 세 명이 계셔서 게다가 코를 심하게 골고 주무시고 있는데...(엄마가 돼서 어찌 혼자 여행을 즐긴단 말인가)
언니네를 먼저 자유롭게 보고 오라고 했고 나는 두 시간을 입이 나온 채로 딸아이를 지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딸아이는 내내 잠만 잤다. 서로 말을 걸지도 않고 누가 먼저 말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나는 솔직히 딸아이의 그런 태도가 싫었다. 내가 그동안 잘못 키운 게 분명했다. 딸도 못 이기는 엄마가 어디 있냐고 욕을 먹어도 결국에는 딸아이에게 매번 져주었다. 그게 습관이 된 걸까? 두 시간을 버스에서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약이 올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여행지에 못 가서가 아니다. 사실 다음에 봐도 되지만 조금만 좋게 예쁘게 말하면 얼마나 좋겠냐는 말이다. 그게 서운하고 마지막 내 바람이다. 아마 딸아이도 자기편에서 맘대로 짜증 부린 게 엄마니까 엄마라서 그랬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도 나 편하자고 하는 해석일 듯)
교토는 거리가 멀어서 무조건 버스투어를 신청해서 좋다는 블로거들의 말을 듣고 신청했는데 딸과 나는 또 전쟁 같은 싸움을 치렀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자신도 미안했는지 그곳에서는 내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서 재잘거리고 신사를 한 바퀴 잘 돌아내려 왔다. 그렇게 버스는 도톤보리로 잘 돌아가고 버스투어는 끝이 났다.
돌아오니 6시 반에 도톤보리 집결지에 내린 것이다. 참 긴 여행시간이었다. 많은 곳을 둘러봤지만 버스에 머물렀던 그 짧은 시간이 가장 오래 기억될 듯하다. '딸아~~ 너는 편하게 잠을 잤을지 몰라도 엄마는 속이 시커멓게 탄 거 아니?' 화장실도 못 가고 널 지켜야 하는 엄마마음을 너도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