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즐겨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수많은 책을읽으며 막연하게 나도 언젠가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강렬함이 솟구쳤다. 내 글이 일기 수준이라 부끄러워 블로그에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 첫 문장부터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작조차 시간이 걸리고 부담됐다. 내게 블로그를 권유했던 지인이 야속하기도 했다. 남들에게 쉬운 게 내게 이렇게 숙제가 되어 망설이는 내가 못마땅했다.
글쓰기도 타고 나는 재능이라 믿었고, 지금도 그 사실은 어느 정도 있다고 인정은 하지만 노력하면 재능이 생긴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시험대에 올라간 기분이었다. 다행히 블로그는 브런치와 달리 누구나 쓸 수 있게 해 줬다.
블로그로 돈을 벌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얘기를 듣고 또 놀랐다. 참 세상의 변화에 느리고 더디게 반응하는 나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글을 발행하지 못하는 내게 지인은 말했다. 내 글이 많이 읽힐까 창피하고 두려운가요? 맞았다. 어떻게 알았지? 내 글이 타인에게 평가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했다. 그 이름 짓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글을 하나 발행하고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이 늘었다. 읽은 이가 맞춤법이 어쩌고 저쩌고 비문이네 오문이라고 초등학생 수준의 일기라며 욕할 것만 같았다. 그동안 살아왔던 신조가 튀지 말고 나서지 말고 중간이나 가자였는데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사람들은 보기보다 내 글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이웃이 없으니까 조회도 안되었고 아무리 써도 방문하는 이웃이 없었다. 무한대로 허용된 무료 연습무대였다.
'글도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는 말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써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으니까.
기승전결처럼 모든 이야기가 문법에 따라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힘 빼고 내려놓으니 이야깃거리가 무수히 많았다. 고지식했던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나는 데 오래 걸렸다. 여전히 내 글이 자신 없고 잘 쓰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혼내지 않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의 선생님은
잘 따라오지 못한다며 혼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노력하면 잘 쓸 수 있다고 무언의 응원을 한다. 그래서 더 책에 집중하게 된다. 유료수업처럼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보고 또 봐도 많이 봤다고 흉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