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Dec 14. 2023

계절의 단상 & 너무나 많은 여름




같은 말이라도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보고 싶다'라는 말과 사랑했던 사람에게 보내는 '보고 싶다'라는 말의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 말이지요.


_계절의 단상 서문에서





인스타에서 <계절의 단상> 작가님과 인친이 되면서 눈여겨보다 주문한 책이 드디어 오늘 왔다. 내가 좋아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단상이다.


봄처럼 산뜻하기도 하고 겨울처럼 고적하기도 하고 여름처럼 조금은 소란하게 숨 쉬게 한다.

어떤 글은 가을처럼 고요하게 기억되게 시인이자 작가님의 시선으로 언어로 표현했다.

계절마다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장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봄에 태어났지만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데 여름의 단상부터 펼쳤다.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에 살고 있나요




상실의 시대




상실 없는 삶은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모든 사람은 상실을 경험하며 그에 따른 고통을 겪는다.

상실의 고통은 저마다 다르지만 피하고 싶다고, 마주하기 싫다고 해서 도망칠 수 없다.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극단적인 상실에 가깝기에 더 두렵다.  귀천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러 갈래의 상실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삶의 외면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삶의 내면은 '상실, 결여, 메마름, 굶주림, 잊힘'과  같은 잃어가는 것들을  아는 과정이라고 한다.




잊히는 모든
순간을 사랑해야지


상실은 이해하는 것이다. 떠나가고, 잊히고, 잃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떠나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은 순간들이 많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찰나를 말하며 처연하게 사라진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값진 일들이 있고, 더욱 찬란한 날들이 있다.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여름에는 언제나 태풍이든 장마든 몰아치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우리는 배운다. 그때야말로 한없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게 된다.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변화에 민감하기. 비가 그친 뒤 바람의 미세한 변화에 '오늘은 산책을 나가도 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을 흘러 보내지 말고 알아차리기. 좋아하는 것들 앞에서는 온몸으로 기뻐하기.



내가 외로울 때,

상관없는 사람들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

친구들은 웃어.



스물일곱에 죽은 일본 시인인 가네코 미스즈의 시의 구절이 가슴에 새겨졌다.

나는 네 생각을 했어. 가끔은 나도 네게 상관없는 사람일 수 있었겠고, 웃는 사람일 수 있었겠어서.

웃는 사람은 상관없는 사람, 내가 외로울 때, 이제야 그걸 알겠네.(p.19)



죽은 반려견과 그 당시 살았던 낡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이성민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있는 곳에, 나무가>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였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여름이라는 꼭지는 2020년 코로나 시대의 배경으로 주인공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는 이야기다.


2019년 12월에 시작한 코로나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두려움에 떨게 했던 호흡기 전염병이다. 역사로 나중에 배우겠지만 견디는 우리는 매일매일이 무섭고 두려워 집 밖을 못 나갔던 때를 떠올렸다. 마스크가 동이 나서 줄 서서 한정 수량만 간신히 받을 수 있었고,  아픈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치료도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어찌 잊을까 싶다.




"백오십여 년 전, 미국에 헨리 데이비스 소로라는 사람이 살았다. 스물여덟 살이 되던 해, 그는 죽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략) 그 후 이 년이 넘도록 그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 외에는 물건을 사지도 쓰지도 않는 실험적인 갊을 살았다."(p.246)




월든을 펴낼 때의 일은 1854년 8월 10일 목요일의 일기에 남아있다.


소로는 삶의 근원적인 것만 접하기 위해 물질적인 소유를 줄여야 한다고 일기에 썼다. 나의 소유를 줄일수록 자연은 점점 늘어난다. 통나무집이 작아질수록 집 밖의 공간은 그만큼 불어나듯이. 무소유란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을 다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p.247)




소로는 자연, 자연스러운 현상, 죽음과 같은 삶의 진리,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우리에게 남긴 지침도 있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사랑한다는 동사는 매 순간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와 대면한 사람들의 역동적 순응을 뜻한다.

(중략)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그러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길.(p.266)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미야노라는 작가 이야기도 들어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여름은 모두 누군가 죽고 난 뒤의 여름이었다. 그중 좋은 여름, 최고의 여름이 있었다. 나의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여름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하나뿐인 여름인 여름이 해마다 시작된다.



아직 완독 하기 전이지만 짧은 중단편들의 소설집으로 묶인 소설집으로 총 20여 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2021년 10월 코로나 19로 여전히 기승을 부릴 때 제주도 대정읍에서 낭독회를 하면서 발표한 작품들이다.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짧은 소설이라 뭔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김연수 작가님의 문장이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차 좀 빼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