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4개월 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앱을 출시했다. 멋진 팀원들과 합을 맞춘 터라 4개월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PM으로서 가장 키우고 싶었던 기획력과 리더십에 있어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할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기 전에 4개월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방법맨'이 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여기서의 방법맨이란, '맞든 안 맞든 상관없으니 참신한 아이디어만 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해결책보다는 눈에 띄는 아이디어에만 사로잡혀 무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데만 힘쓰는 사람을 종종 보곤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는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대부분 현실의 문제 해결과는 무관하다.
방법맨의 대표적인 사례로 '플레이펌프'가 있다. 플레이펌프란, 개발도상국의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놀이기구형 물펌프이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돌리면 물이 뿜어져 나온다 라는 홍보를 통해 아프리카 곳곳에 도입된 플레이펌프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곧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의 놀이기구도 되어주지 못했고, 효율적인 물펌프가 되어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땅속의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 해야만 하는 힘든 펌프질을 해결해 주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존 펌프에 비해 드는 노력을 줄이지도, 아이들이 힘듦을 잊을 정도로 재미있지도 않았다. 즉,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나온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가져온 참패인 것이다.
때문에, 아이템 선정을 하기 전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에 매몰되기보다는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여러 가지 문제를 리스트업 해놓고 생각하다 머리를 식히며 유튜브를 보던 와중, 재미있는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영상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 카톡 고백 짤방을 가지고 어떤 게 더 나은지 대결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여기 나온 카톡 짤방의 대부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 수치를 불러일으키며, 흔히 흑역사(?)라고 불리는 카톡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키득대던 와중, 우리는 왜 카톡고백과 같은 흑역사를 제조하는지에 대해 소통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소통으로 만들어진 흑역사는 상대, 상황, 형식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출발한다. 몇 가지 레전드 예시를 통해 흑역사 요소를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시 1) 이제 누가 공지해주냐 (이누공)
이제 누가 공지해주냐는 대표적인 카톡 흑역사를 가져와봤다. 해당 짤에 담겨있는 소통 흑역사의 3요소를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상대 (과대녀 김X연)를 고려하지 않은 소통 -> 상대의 마음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 보냄
2. 상황 (과 단톡)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 일대일이 아닌 과 단톡에 메시지를 전함
3. 형식 (편지의 형식)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 구구절절, 띄어쓰기 없음
예시 2) 새내기새내기 반짝반짝
해당 메일에 담겨있는 소통 흑역사의 3요소를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상대 (교수님)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 대학교 교수님이라는 사실을 간과함
2. 상황 (늦은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보냄
3. 형식 (메일 형식)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 서론, 본론, 결론이 빠져있으며 메일 형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음
한 짧은 영상에서 시작한 궁금증이었지만, 흑역사 짤을 분석하며 얻은 하나의 인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모든 흑역사는 미숙함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처음부터 능숙할 수는 없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과 상대에 대해 우리는 누구나 미숙하고, 미숙하기에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에서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겪어 보았고, 당시에는 꽤나 고통스러웠고 딱히 해결책이 없었던 바로 그 문제이다.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소통이라는 추상적인 문제를 발견했다면, 넥스트 스텝은 추상적인 문제를 구체적인 문제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미숙함 / 소통 / 문제로 MECE 분류법의 세 가지 기준점을 잡아보았다.
미숙함
첫째로, 미숙함을 주체의 관점에서 분류했다. 미숙함은 주체의 미숙성에서 출발한다고 MECE의 기준점을 설정했고, 미숙성을 소통의 주체의 주체의 미숙성으로 좀 더 세분화해 나누어보았다. 대표적인 주체를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초년생으로 꼽을 수 있었다.
소통
둘째로, 소통은 매개의 관점에서 분류했다. 소통에는 크게 글(문자)로 하는 소통과 말로 하는 소통이 있다. 그리고 글(문자)로 하는 소통은 크게 SMS, 카카오톡, 이메일을 꼽을 수 있다.
문제
셋째로, 문제는 종류로 분류했다.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소통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몇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적절하지 않은 형식 (메일에 이모티콘 사용, 서론/본론/결론 없는 중구난방 형식),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 (상대방의 위치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 등등),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소통 (배려 없는 의사 전달,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말들), 메시지의 핵심을 전달하지 못함 (듣는 사람이 메시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경우) 등이 있다.
현실적으로 '미숙함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를 전부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점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팀이 출시할 것은 '어플리케이션'이기에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할 문제에 집중했다. 문제를 분류한 이후 필요한 것은 분류된 문제를 명료화하는 것이다. 명료화하기 전 고려해야 할 것은 문제의 크기이다. 어떤 문제의 크기가 가장 큰지를 판단해야만 했다. 문제의 크기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했던 스케일은 다음과 같다.
문제의 크기 = 문제를 겪는 사용자 수 X 불편함의 크기
문제를 겪는 사용자
중학생/ 고등학생을 한 그룹으로 묶고,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한 그룹으로 묶었을 때 문제를 겪는 사용자의 크기는 대동소이했다. 10대, 20대 전부 99% 정도로 스마트폰 메신저를 사용하기에, 문제를 겪는 사용자의 수는 통계로는 산출하기 어려웠다.
불편함의 크기
그러나 불편함의 크기를 판단했을 때는 그 양상이 조금 달랐다. 중/고등학생의 소통의 대상은 주로 또래 친구들이다. 때문에 소통이 주로 사적인 영역에 집중되어 있기에 메시지의 형식과 내용에서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어려서 이해되는 나이). 반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은 다르다. 공적인 소통과 사적인 소통이 모두 필요해지지만 소통에서의 실수가 용납되는 나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라는 두 집단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대학생은 고등학교라는 작은 세상에서 처음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때문에 과거의 소통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지만 누구 하나 명료하게 알려주지도, 따끔하게 지적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의 경우 사회라는 집단에 속하게 되며 여러 창구를 통해 (비즈니스 매너 교육, 직접 혼나며 배우는 자체 체득 등등) 소통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또한 이들을 위한 소통법에 대한 교육 자료 또한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추상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분류하고, 문제를 명료히 한 결과, '대학생들이 겪는 온라인 소통의 문제'로 문제의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2편: 문제 정의와 가설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