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소비에 대하여
사람은 누구나,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엄청난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무엇 하나 자급자족할 수 없는 현대의 도시 생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는 소비를 할 때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는가. 품질, 가격 같은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아닌, 보다 윤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비를 위한 조건들을 말하고자 한다.
거창한가? 그래, 어쩌면 거창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니다.
재료나 함량 등을 속이지 않는 (당연한 것임에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양심적인 기업, 혹은 내가 삶에서 우선시하고자 하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도 고려사항이다.
90년대 말, 매스 미디어가 그렇게 외쳐대던 신토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 국가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적에 동조하거나 동조한 적이 있는 기업을 배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양쪽에 위치한 국가들이겠지. 다국적기업과 외국인 자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일일이 알아보고 구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애매한 부분도 있다. 본사 법인은 외국에 두고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표자가 한국 국적이 아닌 경우도 있으며 회사의 외국 자본 비율이 높아 구매를 해도 외국으로 자금이 유출될 것이 자명할 때도 있다. 이렇듯 기업 구조가 복잡해질 수록 고려 사항에서는 점점 벗어나고 있다.
동물실험과 공정무역, 비건. 불필요하나 굳이 바꾸지 않고 관습적인 프로세스를 덜어내고 보다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연구개발, 제조, 유통, 판매를 지향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심지어는 구스다운 패딩에도 인도적인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인증(RDS; Responsible Down Standard)을 붙인다. 최근에 구입한 패딩은 이 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모든 가치 존중을 추구하는 외국 기업에서 해당 내용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말로는 제로 웨이스트, 에코 등이 쓰인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으며(소포장) 한 번 쓰고 버리기 보단 다회용 사용 가능한 제품을 일컫는다. 이를 악용하여 그린 워싱(Green-washing; 상품의 환경적 속성이나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가 허위 또는 과장되어,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비난을 받는 기업도 종종 생긴다. 보통의 기업보다 더 나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의 올바른 소비를 방해하고 조롱하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
사람마다 못견디게 싫은 것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완제품은 국산인데 원재료(혹은 부품)이 일본산일 수도 있다. 조립 컴퓨터처럼 내가 솎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선택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가정 하에 '이왕이면'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에 일조한다는 뿌듯함. 알면서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움.
그래서 나는 늘 윤리적 소비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