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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Jul 22. 2024

'MS발 IT 대란'을 보고 느낀 점


지난 19일, 온라인 기사면이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속보>라는 소식 뒤에 이어지는 ‘MS발 전세계 IT 대란'이라는 문구. 사이버 정전으로 전 세계 주요 서비스가 마비되었다는 기사들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 사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가 원인이 됐다고 한다. 보다 정확히는 MS의 운영체제와 보안업체 소프트웨어의 충돌로 애저에 장애가 나타났다고.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하는 MS 클라우드 '애저'를 사용한 일부 국가의 방송사와 은행, 병원은 물론 통신사, 공항까지 다수의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불과 약 2년 전 비슷한 사건으로 시끄러운 때가 있었다. 이른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다. 카카오 내에서는 10·15 사태라고 불리기도 한다던데, 당시 카카오에서 운영하던 데이터센터가 중단되어 카카오톡은 물론 내비게이션, 카카오페이, 택시 호출 등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때는 한 나라에 국한된 마비었는데, MS 서비스는 워낙 글로벌 차원으로 이뤄지다 보니 국제적 규모로 피해가 훨씬 컸던 것 같다.


이런 사태가 터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일상이 훨씬 편해진건 맞지만 한편으론 너무 종속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당장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오늘 저녁 약속으로 친구들과 만났을 때 역시 비슷한 얘기가 오갔다. 화두가 된 주제는 챗GPT였다. 나는 거의 번역 위주로만 챗GPT를 사용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꽤나 다양한 방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른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듣다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예컨대, 친구가 여러 요청을 했는데 챗GPT가 계속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답답해져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이제 그만 서비스를 종료할게'라고 얘기하니 챗GPT가 다시 한번 해보겠다면서 역으로 의지를 피력해왔다고. 자존심이라도 상한거야 뭐야. 명령을 불복종(?)하면서까지 해보겠다는 이 열정을 높게 사야 할지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또 다른 에피소드는 반말, 존댓말에 대한 내용이었다. 계속 경어체로 답변을 하길래 평어체로 답변해 달라고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고 냅다 반말을 했다는 썰부터 이제는 요청하면 척척 알아서 이미지까지 잘 생성해 준다는 팁까지. 어떤 친구는 챗GPT가 워낙 똘똘하게 도움을 주어 너무 고맙다고 무한 칭찬을 해줬다고 한다. 그러니 자기도 즐거웠다며 다음에 또 이용해 달라는 귀여운 답변을 했다고 해 '정말 챗GPT가 온갖 재주를 다 부리는구나' 싶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챗GPT. 하지만 다들 입모아 하는 말이 있었다. 너무 유용한 건 맞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는 점.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는 AI와 달리 우리는 점점 퇴화되는 것 같아서다.


예전엔 잘도 외우던 전화번호를 못 외우는 건 그나마 귀여운 수준. 간단한 산수도 점점 계산기에 의존하질 않나 이젠 읽기도 귀찮아 긴 글을 갖다 붙이고 핵심만 줄여달라고 하기까지.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점점 무능력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IT기술 덕분에 편리해진 오늘날의 세상. 하지만 뭐든지 좋기만 한 건 없듯이 그 편리함이 한순간 마비되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도 하고, 첨단기술이 주는 아늑함에 취해 점점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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