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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Jun 09. 2024

그대 뒷모습으로 진실을 말하다.

03. 명화하브루타 _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_뒷모습 시리즈 1

세 번째 만남


'동양의 산수화에 서양인을 옮겨 놓은 듯하다. 절벽에 서 있는 뒷모습의 주인공은 지팡이를 쥔채 운해가 가득한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차림새를 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 다녀온 것 같다. 정장에 구두를 신은 불편한 복장으로 산에 오른 이유가 있을까? 곱슬머리는 바람에 의해 엉클어졌고, 알 수 없는 표정은 왼발을 조금 위에 올려둔 진취적이고 당당한 자세를 통해 상상할 수밖에 없다. 화가는 남자의 뒷모습으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번 하브루타는 똑같은 그림으로 초등학교 4학년 그룹과 교사팀 그룹으로 진행했기에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명화 하브루타 참여자 : A, B, C (초등학교 4학년)


1. 그림을 관찰하며 단어로 적기


명당, 씁쓸, 차가움, 음산함, 자연, 광경, 바위, 쓸쓸함, 외로움



2. 나만의 그림 제목 짓기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세상과의 작별, 혼자



3. 질문하기


화가는 누구를 그렸을까?

오전일까? 오후일까?

화가는 왜 남자의 뒷모습을 그렸을까?

화가는 왜 하필 바위산을 그렸을까?

이 사람은 죽을까? 안 죽을까?

남자의 지금 표정은 어떠할까?

남자는 자살하려는 것일까?

이 방랑자는 왜 바위산으로 갔을까?

지금은 무슨 계절일까?

왜 제목을 방랑자라고 했을까?

남자는 옷으로 보아 중요한 일을 마치고 온 것 같은데 무슨 일일까?

왜 남자를 그렸을까?

왜 남자의 뒷모습을 그렸을까?

왜 안개가 있을까?

왜 꼭 방랑자일까?


4. 작품의 메시지


A: 화가가 애인이랑 헤어져서 그림의 주인공도 여자 친구에게 차인 후 자살하려고 할 것 같은 그림을 그린 것 같다.


B: 화가는 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기억을 회상한 것 같다. 풍경이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 화가가 이 풍경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 화가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싶고, 이제 나이를 먹어서 자신의 마음속을 그린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독서 모임을 꾸준히 진행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잘 이야기했다. '자살, 기억 회상, 풍경을 마음에 담다, 자신의 마음속을 그리다' 등의 표현으로 작품을 읽어내는 깊이 있는 감상 능력을 보여줬다.



명화 하브루타 참여자 : A, B, C (교사)


1. 그림을 관찰하며 단어로 적기


운해, 바람, 양복, 구두, 지팡이, 절벽, 정장, 당당함, 산수화, 굳센 의지, 상념, 안개


2. 나만의 그림 제목 짓기


남은 먼 곳에, 운해, 미래를 꿈꾸는 자



3. 질문하기


혼자 등산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

구두들 신고 오르면 불편하지 않을까?

머리카락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표현한 걸까?

이 사람은 화가 자신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운해를 왜 많이 그렸을까?

무슨 계절일까?

양복에 구두를 신고 산에 어떻게 갔을까?

운해는 어떤 의미일까?

바람이 불고 있는 걸까?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으로 그린 이유가 있을까?


4. 생각 나누기


Q1. 머리카락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표현한 걸까?


A: 머리카락을 단정한 모습으로 표현해도 되는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화가가 여기에 무언가 본인의 생각을 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단순히 이곳의 날씨가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도 같기도 하고 바람이라는 것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 속 주인공의 마음을 씻겨줄 수도 있고 복잡하게 할 수도 있고, 이 시대의 역사적 바람을 상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B: 저는 단순히 그냥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정도이고 저는 다른 생각보다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C: 저는 엉클어진 머리가 싱숭생숭한 마음과 상황을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2. 왜 운해를 많이 그렸을까?

B: 자기가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답답함을 운해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해요.


A: 전통 산수화 기법에서는 운해를 안 그리고 여백으로 비워두거든요. 화가가 이 시대에 동양의 산수화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운해를 통해 시대의 막막함, 어려움 등을 표현하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C: 저도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대의 막막함 이런 것들은 본인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자연도 마찬가지이고요. 자연은 조정할 수 없으니까요.


A: '조정할 수 없다'라는 말도 되게 좋은 말이네요.


Q3. 산에 왜 구두를 신고 양복을 입고 갔을까?


C: 높은 산까지 구두를 신고 양복을 입고 올라갔다는 것은 뭔가 대단한 결심을 했거나 아니면 어떤 대단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라갔을 것 같아요. 아니면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계획에 없던 등산을 하러 간 것일 수도 있고요.


A: 너무 재미있어요. 이벤트로 올라갈 수도 있다. 공식적인 만남을 하느라 어디서 만났는데 누가 갑자기 산에 올라가자고 한 거지...


B: 제 상상으로는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서 올라간 거고. 


A: 그것도 신선한 생각이네요. 산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충동적으로 사람들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이제 한번 가본 거죠. 되게 설득되네요.


B: 산에 올라와 보니까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본 운해 장면인 거죠. 이런 좋은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A: 저는 사실 이 사람이 실제로 여기 올라간 것 같지 않은 거예요. 화가가 옷을 갖춰 입은 사람을 자신이 그리고 싶은 풍경에 가져다 놓은 느낌이 들어요. 이런 복장으로 산을 올라갈 수는 없다는 것은 화가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복장을 일부러 이렇게 그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 작품 정보 >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 캔버스에 유채, 98.4X74.8cm,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우의적(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풍자하는) 풍경화로 유명하며 종교적이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대부분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왜 뒷모습을 자주 그렸을까? 

10명의 아이 중 여섯째로 태어난 프리드리히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친숙했다. 일곱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여덟 살에 막내 누이, 열세 살 때는 남동생이 호수에 빠져 익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둘째 누나의 죽음 등 연이은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특히 남동생의 죽음은 위험에 빠진 카스파르 다비트를 구하려다가 죽었다는 언급도 있어 평생 그를 따라다니는 트라우마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는 우울한 성향과 짙은 종교색을 띠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이 남자의 복장에 관해 이은화 작가님은 <사연 있는 그림>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림 속 방랑자는 누구일까? 이 남자의 정체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많은 논쟁이 있었다. 얼굴을 알 수 없게 뒷모습으로 그려진 데다, 화가가 직접 밝힌 적도 없어서다. '알트도이체 복장 Altdeutsche Tracht' 때문에 나폴레옹 전쟁 때 프랑스 군과 싸우다 전사한 독일군 장교라는 주장도 있고 머리 모양이 닮아서 화가의 자화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알트도이체 복장은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 독일 민족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보여주기 위해 입던 의상이다. 이 그림이 그려지고 1년 후인 1819년에 독일 연방 정부가 민족주의 운동을 금하면서 착용이 금지됐다. 해서 방랑자가 입은 녹색 재킷은 자유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화가의 지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실 모델의 정체는 프리드리히의 그림에서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는 보편성과 익명성을 부여하고자 의도적으로 인물의 뒷모습을 자주 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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