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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요하네스 베르메르(페르메이르)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그리는 화가의 심리

by 민트아트

오랜만에 그림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 볼 그림입니다.


아마 이 그림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셨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처음 보는 그림처럼 천천히 관찰해 주세요.


그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보며 떠오르는 질문이 있나요?



떠오른 질문 중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고 적어보세요.





그림을 보며 든 생각

햇살이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오전의 어느 시간, 파란색 드레스와 파란 월계관을 쓴 앳된 여인이 창가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손에는 트럼펫, 왼손에는 두꺼운 책을 들고. 비틀어진 자세로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살포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 그녀의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자신의 모습이 예쁘게 그려지기 위해서는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프로의 자세다. 소품까지도 정교하게 계획된 사실적 표현은 이 그림을 볼 때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 감독이 된 나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작품을 들여다보는 감상자의 시선조차 작품 안에 포함된 그림이라니.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스냅숏처럼도 보이는 이 그림은 여인과 화가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처럼 느껴져 더 애틋하다. 모델은 힘든 고행을 참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예쁜 포즈와 표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화가는 멋진 옷과 신발을 갖춰 입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는 물감이 묻는 것을 대비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샹들리에나 바닥의 대리석, 천에 인쇄된 듯한 큰 지도 장식품을 봤을 때 꽤나 잘 사는 집인 것 같다. 이 화가는 이 잘 사는 집의 주인일까? 아니면 잘 사는 집에 돈을 받고 그림을 그리러 온 것일까? 보통의 화가라면 작업실에서 이렇게 갖춰 입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기에 고용된 화가임이 분명한 것도 같다. 추리가 여기까지 이르니 이 여인은 왠지 이 집 주인장이 사랑하는 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느꼈던 커튼 뒤의 시선은 예쁜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림을 보며 느껴진(관찰한) 단어

포즈, 꾸밈, 월계관, 고급, 무거움, 기념, 지도, 모험, 장식, 집중, 고행, 허례허식, 관찰, 아버지, 딸, 역사, 부유함, 상징



떠오르는 질문


- 책과 악기 둘 다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악기를 소품으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 화가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 이 화가는 왜 이렇게 옷을 갖춰 입고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 그림의 지도는 어느 나라 지도일까?

- 지도를 크게 붙여 놓은 이유는 뭘까?

- 화가는 창밖의 빛이 바뀌면 그림 그리던 것을 그만두었을까?

- 석고상처럼 보이는 테이블 위의 얼굴 가면일까? 왜 그려 넣었을까?

- 이 여인은 음악가일까?

- 안고 있는 책은 무슨 종류의 책일까?

- 책상 위에 올려진 책은 신문일까?

- 작품 속 바닥무늬를 봐서는 부잣집일 것 같은데 화가의 집일까? 모델의 집일까?

- 화가의 복장은 그 당시 일반적인 화가들의 복장이었을까?

- 왜 화가는 머리의 장식부터 그렸을까?

-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정교하게 묘사한 이유가 있을까?

- 모델과 화가는 사랑하는 사이일까?

- 모델만 그리지 않고 화가를 함께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 중간에 있는 커튼의 의미는 무엇일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화가 이야기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



베르메르는 1632년에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출생하였으며,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꼽힙니다. 1653년 21세의 나이로 조합에 귀속되지 않은 마이스터로 성 루가 길드 조합원이 되었는데 이렇게 화가 조합에 등록하려면 장인에게 6년 이상 그림 교육을 받아야 했기에 늦어도 15세부터 그림을 배웠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같은 해에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을 했고, 슬하에 10명 이상의 자녀를 둘 정도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1655년 화상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점포를 이어받아 경영했고, 여관을 운영하거나 방직공작에서도 일했다고도 합니다. 1672년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미술시장이 무너져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으며, 1675년 심장 발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어 그의 삶을 몇 줄의 기록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 이야기

현재 확인된 작품은 35점 안팎의 소품이 대부분이며 한 두 사람의 가정생활을 그린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담이지만 청금석을 갈아 만든 울트라마린(청색)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청색 계열의 색이 매력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자주 보입니다. 가난했지만 매우 비싼 울트라마린을 구입하는데 재료비를 아끼지 않아 진 빚도 많았다고 합니다. 장인정신이 뛰어난 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정보>

요하네스 베르메르,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 1665~1666년도, 캔버스에 유채, 120X100cm, 빈 자연사박물관


이 작품은 다른 소품 작품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며 베르메르 사후에도 이 그림을 팔지 않았다고 하니 화가와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그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르메르는 작품 제목에 왜 알레고리라는 단어를 넣었을까요? 알레고리 (Allegory)는 '다른 것을 말하기'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를 어원으로 하고 있으며 은유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 방식으로 우화, 풍유로 불리기도 합니다. 알레고리는 은유보다 길게 지속되고, 이성이나 논리에 호소하는 유추와 달리 상상에 호소하는 조금 더 큰 범위를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가며 작품의 알레고리를 찾아볼까요?


'화면 왼쪽에 위치한 테이블 위에는 회화를 상징하는 종이와 조각이 놓여 있다. 그 뒤로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월계관을 쓰고 오른손에 트럼펫을, 왼손에는 책을 들고 있다. 그녀는 뮤즈(muse)인 클리오(Clio)로 분한 것으로, 월계관은 명예와 영광을, 트럼펫은 명성을 상징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아홉 명의 뮤즈가 태어납니다. 그녀들은 각각 문학, 음악, 춤, 역사 등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존재였지요. 그중 클리오(Clio)는 역사의 뮤즈로 과거를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기록자와 역사가들의 수호신이었지요. 보통은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그림에서는 책을 들고 있음으로써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네덜란드 지도는 유명한 지도 제작자 클래스 얀스 비셔(Claes Jansz. Visscher)의 것이라고 합니다. 베르메르는 지도에 나타난 지형, 장식, 글자뿐만 아니라 세월의 흔적까지 세심하게 묘사해 네덜란드의 역사적 사건을 환기시키고 있고, 이 그림 자체도 역사의 한 순간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이쯤 해서 재미있는 패러디 작품을 잠깐 보겠습니다.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인 소심한 침팬지 윌리를 탄생시켰습니다.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여러 그림책에 메인 주인공이 되어 등장합니다. <미술관에 간 윌리>는 명화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패러디 작품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인데요. 여기에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도 나옵니다. 참 재미있지요? 그런데 벽에 그리고 있는 그림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풍경화의 일부랍니다. 두 화가의 작품을 마그리트식의 초현실주의 기법과 결합한 앤서니 브라운은 천재임이 분명하지요?



그림책에는 다음과 같은 텍스트가 쓰여있답니다.


경치 나쁜 방

그 창문을 내다보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어.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 이렇게 하기로 했지.


너무 위트 있지 않나요? 왜 창문 밖은 벽이었을까요? 벽에 그림을 그리며 윌리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경치가 좋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벽에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를 그린 이유가 있을까요? 앤서니 브라운은 베르메르 그림을 왜 이렇게 패러디했을까요? 바닥에 트럼펫을 두 개 등장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이 그림책의 한 장면만 가지고도 몇 시간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자.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 담긴 다른 그림들도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베르메르의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세요. 왜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을까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화가가 주인공일까요? 모델이 주인공일까요? 네 개의 그림 중 여러 분의 마음에 들어온 그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도 질문으로 글을 마칩니다.


아렌트 드 겔더, <제욱시스로서의 자화상>, 1685년, 142X169cm, 슈테델 미술관


제아나 바우크,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베르타 베그만>, 1870년경, 캔버스에 유화 100X110cm


디에고 벨라스케스, <궁정의 시녀들>, 1656



르네 마그리트, <통찰력>,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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