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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12. 2019

뭐 이런 젠장맞을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생각해보니 몸에 크게 칼을 대본적이 없다.
가슴 한쪽을 다 도려 낸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뭐 이런 젠장맞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나 완모 했다고.
나 자연분만했다고.
나 아직 젊다고!

아이를 재우려 누웠다. 역시나 내 가슴 위로 올라와 잠이 든 아이를 토닥이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
내가 나를 너무 혹사시켰구나.
가진 몸뚱이에서 그나마 가장 쓸만한 것이 머리여서 그 머리를 열심히 쓰며 사느라 몸이 못 따라 가는 걸 몰랐나 보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열심히 버텼다.
내 의지이기도 했고, 때로는 상황이, 때로는 환경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나를 몰아쳤다.
그럴 때마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있음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이젠 머리도 깜박깜박한다. 배터리 깜박깜박 인지 엔진이 버티기 힘들어 수시로 꺼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주 깜박깜박해서 가끔은 내가 안고 있는 이 아이가 누구지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결국 가진 것도 잃고 무엇하나 제대로 얻지 못했다. 내 인생이라는 녀석은 늘 내 계획과 바람을 가벼이 무시했다. 그럴수록 난 더 노력해야 했고 더 똑똑해져야 했고, 발버둥이라도 쳐야 했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뭐하러 그리 살았나.
바보네 바보.
그냥 백치처럼 살 것을 그랬다.
아니 그냥 백치로 태어날 것을.
아니 그냥 태어나지 말 것을.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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