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배우는 시간

by 하루담은

복지관이나 주민 센터에서 어르신들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수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모습을 보게 된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 하면서 '새롭고 신기한 걸 알게 되었다'하고 좋아하는 분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아!"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깊이 있는 질문으로 나를 당황하게도 한다. 수업이 끝나면 가방에서 주섬주섬 사탕이나 과자를 꺼내 내손에 꼭 쥐어주는 분도 있다.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시는 그 모습에서 어르신들의 따뜻한 정성과 진심이 전해져 온다.


수업 끝나고 돌아서면 다 잊어버려."라며 겸연쩍게 말씀하시면서도 "계속 반복해야지."하고 각오를 밝히는 어르신의 눈이 반짝인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면 내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차고 어르신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런 분들만 계시는 건 아니다.

시간 때우기로 온 것처럼 따라 하지도 않고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적게는 60대 초반부터 많게는 80대까지의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 다양한 반응과 태도에 여러 감정을 느꼈고 자연스레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솔직히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 활용 수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수준이 천차만별일 경우라면, 글자를 입력하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분과 스마트폰의 웬만한 기능은 다룰 줄 아는 분이 같이 하는 수업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일기 쓰기 어플 수업 시간이었다. 간단하게 일기를 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데 한 어르신이 손을 들어 나를 불렀다. 센터장으로부터 치매 증세가 있다고 들었던 어르신이었다. 아들 가족과 함께 여행 갔다 온 내용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앱의 화면은 단순했지만 글자를 빨리 쓰지 못하는 그 어르신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습으로 쓰는 거니까 간단하게 쓰자고 했지만 어르신은 여행 얘기를 길게 풀어놓았다. 수업이 지체되자 다른 어르신들이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며 수군거렸다.

“수업을 못하게 하네.”
“선생님을 왜 자기가 독차지해?”

작은 목소리였지만 불쾌한 기류는 분명히 느껴졌다. 몇몇 어르신들의 찌푸린 표정과 뾰족한 시선이 교실 안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기어코 여행 내용을 쓰겠다는 어르신에게 수업 끝나고 봐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어르신의 모습은 언젠가의 나일지도 모르고 다른 어르신들의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또 불편하게 느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언젠가는 나를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스멀스멀 목구멍이 간지러워지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올라오곤 했다. 수군대며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던 다른 어르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내 안에도 그런 모습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겪을수록 나는 더욱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야 부끄럽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나이 듦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늙는다는 건 단순히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듬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웃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며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

내가 전하는 기술이 단지 정보가 아닌 위로와 연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수업 준비를 한다. 나는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는 학생이기도 하다.





#나이 듦#배움#학생#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