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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또 쌉니다.

방콕 한 달 살기

by 권영은

아이는 1학년이 끝났다고 신이 나서 친구랑 집에 왔습니다. 친구랑 2학년에도 같은 반이라며 신나합니다. 처음 온 친구가 놀랄까 어제밤 싸다 만 여행 가방를 황급히 닫습니다.


24인치 한 켠 가득 음식을 담았습니다. 고추장, 초장, 쌈장, 누룽지, 컵라면, 동결건조 육개장, 미역구, 세면기필터,쌀, 1인용밥솥에 정수기 등. 아예 여행지에서 안 사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치앙마이, 발리 여행에서 얻은 경험은 아이와 남편과 가는 해외는 혼자 갈 때와 다르다는 겁니다.

수영장, 영어캠프, 헬스장, 조식이 있는 호텔로 여행을 가는 거다. 그 외는 여행지는 그들의 선택이다. 한국 음식은 생각보다 적고 비싸다.


이민가듯 김치는 어찌 해야 국물을 안 흘리고, 장기 여행이기에 세탁조 청소도 필요하고, 세제도 당장 쓸 건 준비해가야한다는 걸요. 아이 문구도 구하는데 번거롭다는 것도요. 치앙마이처럼 숙소 옆 오랜 문구사가 있다면 또 그게 여행일 수 있지만요.

그리하여 옷도 넣지 않은 여행 가방은 이미 가득입니다. 퇴근 후 짐싼다 이리저리 오갔더니 아래층은 층간소음을 호소합니다. 저희 한 달 떠납니다. 좋으시죠. 일단은 양해 바랍니다.

한국은 무척 어수선합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체포조차 거부하며 관저 깊이 숨었습니다. 외신도 생중계한다네요. 오늘 민주노총은 문을 열어 체포에 나서겠다하네요. 밤새 관저 주변에 있겠다합니다. 이 추위 무슨 일입니까. 어젯밤 회의에 오늘밤까지도 회의하다 내일 갑니다.


비행기가 설렘보다 걱정과 슬픔이된 요즘, 조심히 다녀오려합니다. 나라 걱정 어디서든 하겠습니다. 깊은 슬픔에 애도도 계속 하겠습니다. 평안한 2025년이길. 민주주의가 다시 반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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