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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Sep 06. 2024

자유여행 패키지 가이드가되어

휴가 잘 다녀왔냐 인사를 받았을 땐 “자유여행 패키지 다녀온 기분“이라며 ”그것고 기획과 가이드를 겸비한“ 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기념으로 사온 아침시장에서 사 와 주전부리하던 쌀과자와 아침시방에서 텀블러 내밀며 담아달라했던 밀크티를 먹으며 얘길 들어준다. 누구에게 무얼줄지까지 염두해 두며 준비한 거니 참으로 J 이다.


치앙마이로 여행지를 정한 건 혼자 다녀온 곳으로 이미 안다싶었고, 공항과 시내가 가깝고 올드타운 내 사원이 그득해 아이와 이동이 어렵지 않겠다싶었다. 식당과 카페 야시장이 곳곳이니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스케줄 짜는데 신경 안 써도 된다싶었다.


그러나. 아이와 남편은 나를 너무나 신뢰(의존)했고, 너무나 P 라 즉흥적이었고, 치앙마이에 그리

호기심도 없었다. 달리 말하면 삼시세끼 식사와 수영장이 있음 되었다. 단순하면서 즉흥적인

이들었으니 날이 쨍한 낮이 아닌  조식 먹고 수영을 하고싶어했고, 오후 스케줄을 위해 낮잠을 자고 일어나 빨간차(썽터우)를 타고싶어하는 식이었다.


문제해결, 과제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잠시 빨래하러 간 코인세탁실에 세탁을 어찌해야할지 읽는 건 내 몫이고, 잔돈을 안 뱉어 당황도 내가, 다른 외국인에게 요청도 내 몫이었다. 이들은 세탁기가 있는 그 공간이 낯설어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 중이었다. 빨래 하나 넣고 와서 또 방에서 쉰단다. 패키지 할 수 없는 이들.


맛집은커녕 밥도 나가서 두 번 사먹었나? 숙소 바닥에서 포장해온 음식 꺼내두고 라면에 햇반 김 먹으며 “라면엔 김밥이지?! 김밥없어?” 저녁 먹으며 다음날 점심 고민를 하는 그들을 보며, 난 걱정할 일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보니 그랬다. 비슷한 야시장 음식에 심드렁해져 걱정돼 김치 하나사주니 너무나 좋아라 했다. 행복하기 참 쉬운 이들.


치앙마이 시내를 내다볼 수 있는 도이수텝을 왜 안 았냐고 돌아와 원망도 하던데. 곧 잊을거다. 겨우 간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반캉왓에서 한 번 더 가면 되지만, 자유여행 패키지 가이드는 지쳤었단다. 미안하게도.


여행에서 돌아온지 20여일만에 사진과 영상을 보았다. 매순간 즐겼던 그들과 그들이 즐기도록 했을 나의 고단함 한편으로 즐겼을 나를 되짚어본다.


또다시 다음 여행을 이미 계획하고 있는 나,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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