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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란 Nov 01. 2023

탄자니아에서 한국 60년대 기생충 대변 검사를 경험하다


탄자니아에서 한국 60년대 기생충 대변 검사를 경험하다


해당 주제는, 내가 참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어했던 주제이다. 그 이유는, 우리 아빠가 내가 탄자니아에서 해당 사업을 한다고 이야기했을때 자신의 60년대 초등학교 시절 경험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탄자니아 초등학교에서 아빠가 말한 기생충 검사를 경험해본 것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우선, 기생충 대변 검사를 왜 시행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부터 설명하겠다. 나의 사업지였던 빅토리아 호수 내 코메섬은, 호수에서 기인한 수인성 기생충인 주혈흡충(schitsosomiasis) 의 서식지였다. 주혈흡충의 숙주는 민물 달팽이인데, 호숫가에 가면 민물 달팽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물가에 쓸려서 쌓여있었다. 호수는 주민들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수원(水原)이었다. 수도 시설이 없는 섬에서, 주민들의 용수는 호숫물이었고, 호수에서 여자들은 빨래를, 아이들은 목욕을, 남자들은 물고기를 잡았다. 


보건학 연구의 관점에서, 사업지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데다가, 보건서비스 및 인프라의 부재와 정부 보건 환경 기준 매우 미비라는 "태초적"인 환경에서 시도하는 공공보건 활동은 효과성을 입증하기 매우 좋았다. 또한, 섬 주민들은 페리를 타고 내륙을 오가는 물리적인 번거로움으로 인구 유동성이 적었는데, 이처럼 고립된 연구개체가 있는 환경에서의 집단 평균의 보건 상태 변화를 관찰하기에 좋았다. 


그리하여 지역 정부와 함께 코메섬 내 12 개 초등학교 대상 기생충 검사 및 보건 실태 파악, 그리고 기생충 약 투약 이후 중증 환자 파악 및 후속 조치를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진행하였는데, 해당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아이들 똥은 황금 똥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초등학교 때 나도 달팽이를 키운 경험이 있다. 그때 케이지 옆에 실수로 포스트잇 노트를 둔적이 있는데, 어떻게 닿았는지 달팽이들이 알록달록한 똥을 싼 것을 보았다. 이것이 흥미로워, 여러가지 색깔의 포스트잇을 일부러 구해왔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부끄러운 얼굴로 기생충 검사를 위한 통에 알록달록한 대변을 담아, 우리 현장 연구팀에게 내밀고 도망갔다. 연구진들은 대변을 Kato-Katz 방법으로 곱게 갈아서 펴낸 다음에, 슬라이드에 얇게 펴서 현미경 밑에 관찰을 하고, 직접 기생충 알의 갯수를 세었다. 세는 방법은 관찰되는 한 프레임에 잡히는 기생충 알의 개수를 기준으로 하였는데, 기생충 감염 환자 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났고, 이는 지리적 환경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호숫가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더 높은 감염 인원이 있다는것이 관찰되었고 섬의 안쪽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덜하였다. 이는 보건 실태가 환경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현미경 아래 관찰 시 걸리는 것이 없어야하기에 채로 간다.

학교에 전기가 없어 연구원들은 핸드폰으로 하방 라이트를 만든다.

부끄러워하는 아이들. 어릴수록 더 부끄러워한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기생충 감염 검사를 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근본적인 영양 상태 개선 및 국제적인 수준의 건강 상태 도달을 위한 것이다. 이는 키, 몸무게 로 측정할 수 있는 저체중 검사의 3개지 지표 (Stunting, Wasting, Underweight)를 기반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변 검사 이외에, 채혈을 통한 헤모글로빈 수치 및 키, 몸무게 기록 그리고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한 정성적 서베이를 기록하여 정부에 전달하고, 국가는 그에 따른 필요한 행동교정 교육과, 기생충 약 조달을 하였다. 이러한 보건 정보가 지역 정부에게 소중한게, 해당 데이터로 지역 보건의 취약성을 입증하고 재무부의 예산 편성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이 없었다면, 이러한 기초 데이터도 없기 때문에 정부는 지역 보건 상태에 모르쇠로 대할 수도 있었으며,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 사업 데이터로 확실한 기생충 감염 및 저체중 검사를 토대로, 기생충 약 및 영양, WASH 교육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수도시설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게 되었다.



코로나 백신 맞는 줄 알고 기생충 약 겁내는 학부모들


코로나 사태 때, 오직 한 나라만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국경을 폐쇄하였다. 그 나라가 탄자니아였다. 탄자니아의 10년간 정권을 잡았던 마구풀리 대통령이 관광 수입으로 먹고사는 탄자니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코로나 감염 인원 카운팅을 금지하여 한동안 탄자니아의 공식적인 감염인원 통계는 2021년도 4월에 멈춘 두자리 숫자였다. 이는 마구풀리 대통령 본인이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기 전까지 동일하였다.


참 안타까운 것은, 과학 교육을 잘 받지 못한 현지 학부모들이 백신에 대한 불신론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감염율 집계를 멈추고, '코로나는 가짜, 백신은 백인들의 사회지배를 위한 수단'이라는 기조 아래의 엄격한 언론 통제를 진행한 덕에, 코메섬에도 어김없는 백신 공포 - 백신은 임신을 못하게 한다라는 잘못된 정보를 가진 어른들이 많다. 이런 학부모들이, 1년 중 한번 기생충 약을 배포하는 중요한 날에 아이들을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한다. 정부가 기생충 약을 주는 척 하면서 코로나 백신을 맞게 하는 줄로 알았다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급격히 떨어진 출석율을 보며, 학교 선생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신에 대한 교육은,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심히 아이들을 불러모아 알벤다졸과 프라지콴텔(기생충 약)을 넘기는 것을 지켜본다. 어른용이라 어린 아이들에게 많이 큰 약일텐데, 어엿하게 삼키고 자랑스레 웃는 그들을 보며, 그들 만큼 탄자니아에도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기생충 약을 배분받기 전에 키를 재는 이유 : 키와 몸무게에 따라 받는 약의 크기가 달라진다.

긴장한 상태에서 약을 먹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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