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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Dec 17. 2021

아마도 나의 취향

예쁜 것을 사랑하는 삶

때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나에게 '너 이거 좋아하잖아~'라고 건넨 말에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나에게는 크리스마스가 그랬다. 무언가를 보기 좋게, 혹은 예쁘게 다듬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시각적인 자극에 쉽게 홀린다. 사실 그냥 '예쁜 것'을 좋아한다. 내 기준에 크리스마스는 가장 예쁜 계절이다. 반짝이는 것들이 많고 작은 온기를 품은 불빛들에 붉은색과 초록색의 적절한 조화는 설렘을 증폭한다. 캐롤은 또 말해 뭐해. 재즈, 빈티지, 일렉 등 그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캐롤은 계절과 상관없이 한여름에 들어도 하얀 눈밭으로 데려다주곤 한다.



카페의 시즌 MD로 크리스마스 텀블러가 나올 즈음,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빨간 몸통에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들어간 손잡이가 붙은 머그컵을 샀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따듯한 유자차를 한잔 타서 옆에 두었더니 오늘 하루가 왠지 거뜬할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캐롤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꽂으려던 찰나에 짝지가 출근을 하더니 '책상이 아주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쟁이야~'라고 했다. 에? 내 책상이 뭐가! 하고 둘러보니 시선이 닿는 곳마다 누르면 캐롤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날 아침 나에게 새로운 취향이, 아니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노우볼을 좋아하는 취향과, 크리스마스만 되면 사고 싶은 것이 많아졌던 과거를 돌아보면 꽤 오랜 시간 아마 그 시즌을 짝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온 세상이 조금은 낮은 채도와 적당히 선선한 온도를 머금은 그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콕찝어보면 겨울에 있다. 아주 진한 남색과 오렌지색이 물드는 노을, 작은 불빛들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깜깜하고 환한 밤, 따듯하게 데워진 카시트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롤, 그리고 행복한 마음만 기억나는 작은 순간들까지. 크리스마스를 조금 더 좋아했다가는 평생 내 최애 계절이었던 가을이 겨울에게 밀려나는 순간이 오겠다 싶을 정도로 요즘 크리스마스가 더 더 좋아지고 있다. 아마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더욱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더욱더 예쁜 것을 사랑하는 나의 삶을 더욱더 사랑하기.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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