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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속 Jan 13. 2022

단순함의 매력 - 흑백 프로필


고해상도 컬러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흑백 사진을 찍는다. 잡지 화보에 실리는 셀럽들의 사진이 흑백인 경우도 많고 일반 개인분들도 흑백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옛날 방식의 사진이지만 분명 현재에도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 

흑백 필름을 구하기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필름으로 작업 하는 사진가도 있고 나처럼 디지털 기반의 흑백 촬영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나같은 작가님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번에 프로필 촬영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흑백 프로필이다. 여건상 디지털로 작업하고 있지만 오래전 그 시작은 필름으로 했기에 아날로그의 향수를 늘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 



꾸밈 없는 솔직함

개인적으로는 담백하고 간결하게 담긴 인물의 모습. 그것이 흑백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피부색이나 메이크업 등 개개인의 꾸밈새 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본연의 에너지 자체가 더 드러나는 사진이 흑백 사진이다.


인지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컬러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그 다음 형태를 본다고 한다. 얼굴 사진에 피부색, 입술색, 볼터치 등 컬러가 들어가면 자연스레 그쪽으로 관심사가 기울게 된다.


하지만 그게 배제된 흑백 사진에서는 전체의 구도, 인물의 표정, 자세와 같은 사진의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보는이의 시선은 자연스레 사진속 인물의 눈빛과 얼굴 전체의 표정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네. 맞습니다. 

Less is more. 

(색을) 덜어내니 (표정이) 더 많이 담긴다. 
Less color, more impression.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사진 

달빛은 눈이 부시지 않아 오래 볼 수 있다. 섬세하게 잘 작업된 흑백 사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운 느낌이 없다. 물론, 그러려면 최대한 심플한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사진 찍을거니까 너무 한껏 멋내고, 새로 산 옷 입고 오기 보다는 오래 입어서 내 몸처럼 편한 옷을 입고 오세요. 흑백 프로필만큼은 그렇게 해야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사진 

은은하고 심플한 맛을 살리는 일이 촬영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미니멀한 환경일 수록 작은 흠결도 크게 보일 소지가 다분하니까. 


또 처음부터 흑백을 고려한 촬영과 그냥 찍고 '흑백으로 한번 돌려볼까?' 해서 나온 사진은 절대 같을 수가 없다. 기계적으로 같은 셋업으로 찍은 사진처럼 느껴지지만 매번 각 인물의 톤에 맞게 조정하는 일도 수월하게 끝나질 않는다. 컬러 사진이라면 의상 컬러나 배경 컬러 같은 조미료(?)의 도움을 얻기도 할텐데 흑백에서는 정말 빛 하나로만 승부를 봐야한다. 매 촬영이 다 수행이고 배움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흑백으로 잘 촬영된 사진은 다시 컬러로 되돌렸을 때 버리기 아까울만큼 좋은 경우가 많다. 빛의 명암과 텍스쳐가 잘 다듬어져있으니 당연히 컬러로 봐도 좋을 수 밖에. 
역으로 말하면 컬러 사진은 컬러 때문에 빛의 명암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컬러 사진은 흑백으로 돌렸을 때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흑백 촬영이 더 힘들다 하면 그게 왜 더 힘든지 납득시키기가 어려워서 조금 억울하지만. 어쨋든 고객 입장에서는 컬러와 흑백 모두 좋은 사진을 한번에 얻는 셈이니 좋은 일이고 나는 그 과정에서 매 번 빛을 보는 시각을 키우는 배움의 시간이 되니 좋은 일이다. 





boldtype : 당신을 찍습니다. 대담하게, 섬세하게.

촬영 예약은 카카오톡 <볼드타입>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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