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과잉의 변명

경계인의 단편 철학 #1

by minty

먼저, 제가 변명할 기회를 주셔야 할 것입니다. 여기의 것은 정말로 유희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그저 일부분이거나 채택되지 않고 폐기된 사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온전하고 은밀하게 감추어진 나일 수 있지요. 어쨌거나 장담하건데 사소한 것일 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자면 잘린 머리칼이나 깎인 손톱, 벗겨진 몸의 각질 같이 매번 다르게, 그러나 꾸준히 자라고 잘리거나 떨어져 나간 것들을 모아 나로 행세할 것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조물주가 되고 싶은 욕망에 대해 당신은 부정하지는 못하겠지요. 또는, 매일 불시에 만나는 수명의 철학자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나도 모르는 찰나에 그의 얼굴을 뭉개고 내 취향으로 다시 빚어 기이한 형상을 마주하려는 것입니다.


당신 역시 일차적으로는 이러한 창작물에 관심이 있으시겠지요. 더 나아가서는 그것의 창조자가 은밀하게 어떤 죄를 짓고 있을지 궁금해질 것입니다. 저를 사적으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기만적인 저의 삶을 보면서 이러저러한 선입견을 잔뜩 만들 건데, 아마 당신도 정신을 차려보면 제 얼굴을 뭉개고 있을 겁니다. 깔깔. 어쨌거나 저도 그런 당신을 조롱하거나 골려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것은 쓰는 자나 읽는 자 모두에게 꽤 공평한 유희로 보이네요. 부디 당신의 흥미에 맞는 주제였으면 좋겠습니다만, 마치 웃음이 나올 때처럼,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당신이 저와 함께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