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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Feb 05. 2017

Jobs-to-be-Done(JTBD)

문제 파악을 위한 프레임워크

몇 군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문제 해결"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일단 제 고민을 해결해야 했기에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접한 Jobs-to-be-done(JTBD)은 지금까지 제게 꽤 유용한 생각의 틀이 되었습니다.


쏘카(SOCAR) 재직 중, 내부 세미나를 열어서 JTBD에 대한 제 나름의 이해를 동료들과 나눴습니다. 이 글은 세미나에서 사용한 발표 자료입니다.



주요 개념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내용을 쭉 읽으신 다음에 다시 올라와서 읽어 보셔요

    문제 해결 ⇐ 사업의 본질  

    문제 해결 = 불편 해소, 필요 충족  

    문제 = 사업 기회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  

    검증 절차 필요  

    고객의 돈 절약  

    고객의 시간 절약  

    능력이나 여건을 대신해주기  

    Five Why’s  

    근본 원인 Root Cause, 지렛대(Leverage) 포인트  

    고객의 소리?  

    Jobs-To-Be-Done (JTBD)  

    Job Story  

    상황(Situation), 제약(Constraint), 원하는 결과(Expected outcome), 감정(Emotion)  

    차별화: 문제의 특정한 측면과 속성 (Key dimension and attribute)  


밀크셰이크 마케팅 사례

옛날 옛적에 한 패스트푸드점이 있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은 밀크셰이크의 판매량을 늘리고 싶었습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좋은 밀크셰이크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기호를 잘 이해해야 하죠. 그래서 그들은 고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밀크셰이크 소비자 유형에 들어맞는 소비자들을 초대해서 다양한 밀크셰이크 샘플을 나눠주고 마시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밀크셰이크를 만들면 여러분이 더 많이 사서 드시겠습니까?”

“과일 맛이 더 있으면 좋을까요? 초콜릿 맛이 나면 좋을까요?”

“더 걸쭉하면 좋을까요? 덜 걸쭉한 것이 좋을까요?”

등등… 고객이 어떤 밀크셰이크를 원하는지 찾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밀크셰이크에 대해서 정직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의견을 냈고, 패스트푸드점은 이들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제품을 더 맛있게, 고객의 기호에 맞도록 향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밀크셰이크의 판매량이 증가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고객 인터뷰에 모든 힘을 쏟아낸 패스트푸드점은 이어지는 판매 증가를 위한 마케팅에서는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습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이 패스트푸드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성수동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쏘카 여러분을 컨설턴트로 모셨습니다.

성공한다면 엄청난 금액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받은 여러분,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무엇을 하시겠어요?

이번 스터디 시간에는 이 사례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하겠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맥도널드에서 있었던 사례입니다. 정답이 무엇이었는지 찾는 것보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 목표이니, 구글의 힘을 빌리지 말고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스터디 시작하며, 들어가는 말: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창업가 내면의 신념, 직원들의 열망, 우리 제품 자체에 집중하면 답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눈을 내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 사업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인지 정의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특정한 문제를 가진 특정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면 창업가는 도대체 왜 이 일을 하는가. 사업가는 예술가와 다르다.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의 정신과 욕구와 예술성에 집중한다면, 사업가는 외부의 고객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출처: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 16,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질문: 문제 해결이란 무엇일까요?

-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예: 문제란, 고객을 귀찮게 하는 것이다. 고객을 미칠 것 같이 만드는 것이다.)

-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 설문조사) 그 방법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예: 문제 해결이란, 고객이 하고자 하는 일을 대신해서 해 주는 것이다.)



밀크셰이크 사례 해답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정답은 없겠죠. 실제로 이 패스트푸드점이 무엇을 했는지, 한 가지의 해답을 이야기하겠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은 컨설턴트에게 SOS를 쳤습니다. 그 컨설턴트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각도의 질문을 가지고 접근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서 밀크셰이크를 이용할까?

“What Job Causes You to Hire a Milkshake?”

컨설턴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하루 날을 잡아 패스트푸드점에서 18시간을 죽치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세심하게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사람들은 몇 시에 밀크셰이크를 구입하나?

밀크셰이크 소비자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

밀크셰이크 소비자들은 혼자 왔나? 다른 사람과 같이 왔나?

밀크셰이크 말고 다른 음식도 함께 구입했나?

밀크셰이크를 패스트푸드점 안에서 마셨나? 아니면 밀크셰이크를 들고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갔나?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밀크셰이크 판매의 절반은 아침 8시 이전에 일어난다.

이 사람들은 혼자서 패스트푸드점에 왔고, 밀크셰이크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고, 밀크셰이크를 들고 차에 타서는 가던 길을 갔다.

그래서 컨설턴트는 구매자들이 밀크셰이크를 가지고 어떤 Job을 수행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날 다시 패스트푸드점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밀크셰이크 구매자들이 패스트푸드점 밖으로 나설 때 붙잡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문밖에 죽치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실례합니다.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와서 밀크셰이크를 구입하셨나요?”

… 당연히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컨설턴트는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오늘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혹은 무엇인가 필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여기까지 와서 밀크셰이크를 사셨죠. 예전에, 오늘 당신이 하려고 했던 무언가를 하고자 했지만, 여기에서 밀크셰이크를 구입하지는 않았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무엇을 통해서 그것을 해결하셨나요?”

컨설턴트가 여러 고객들의 답변을 모아 보니, 고객들 수행하고자 하는 Job은 거의 비슷비슷했습니다.

고객들은 출근하기 위해 기나긴 시간 동안 지루하게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출근길을 조금이라도 즐겁기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한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 손이 심심했습니다.

어쨌든 운전하는 동안 뭔가 할 일이 필요했습니다.

아직은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한 10시쯤 되면 배가 고파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고객들은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 흠… 제가 무언가 Job을 수행하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산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좋은 질문이네요. 지난주 금요일에 저는 이 Job을 수행하기 위해서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별로였어요. 앞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바나나를 먹지 않을 거예요. 3분 만에 다 먹어치웠고, 일곱 시 반이면 다시 배가 고파졌어요. 우리 와이프만 모른다면 매일같이 도넛을 먹고 싶지만, 도넛도 그다지 효과는 없어요. 일단 빨리 먹게 되고, 옷에 부스러기가 묻고, 손도 더러워지죠. 가끔은 베이글을 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별로예요. 너무 퍽퍽하고 맛도 없어요. 잼을 발라 먹으려면 무릎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되고, 그러다가 전화라도 오게 되면 아주 곤란하죠. 한 번은 스니커즈 바를 먹기도 했는데, 살찐다는 죄책감만 들게 되었어요.

여기에 와서 밀크셰이크를 사 먹으면 어떻냐면, 일단 양도 많고 걸쭉해서 빨대로 20분 동안 마실 수 있어요. 영양 성분? 누가 그런 거 신경 쓰나요? 저는 신경 안 써요. 일단 아침 내내 배가 부를 수 있고, 한 손에 컵을 쥐기 좋으면 그만이죠.”

고객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결과, 이 패스트푸드점의 밀크셰이크는 어떤 경쟁 상품보다도 나았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밀크셰이크의 경쟁 상품은 다른 패스트푸드점, 예를 들어 버거킹 밀크셰이크가 아니라, 바나나, 도넛, 베이글, 스니커즈 바, 커피 등입니다.

이런 사실,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통해 어떤 Job을 수행하고자 하는지를 알아낸 패스트푸드점은 이렇게 제품을 개량했습니다.

출근길에 더 오래 마실 수 있도록 더욱 걸쭉하게 만들었습니다.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과일을 첨가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은 이렇게,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구입하고 이용하는 상황과 맥락, 그들이 제품을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Job을 잘 이해하여 제품을 개량했고, 성공적으로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Clayton Christensen, 밀크셰이크 사례 참고 영상(5분) http://www.youtube.com/watch?v=f84LymEs67Y



문제 해결?

다시 문제 해결로 돌아와서...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를 거치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시험에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맞닥뜨렸고, 그럭저럭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다시 '문제 해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사업의 본질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 없이는 고객도 매출도 월급도 없습니다. 조금 자세히 풀어 보겠습니다.



사업 = 문제 해결

앞에서 사업은 곧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문제 해결'이라는 말이 생소하고 어렵다면 '불편 해소' 또는 '필요 충족'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누구의 불편을 해소하고 누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일까요? 바로 고객입니다. 스스로의 문제만 해결하고 스스로의 필요만 충족시키는 활동은 다른 말로 자급자족이라고 합니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혹은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합니다. 기업이 계속해서 돈을 벌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합니다. 사업은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문제 = 사업 기회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가장 큰 위험 요소: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일단 기발한 아이템을 하나 떠올리고, 아이템과 사랑에 빠집니다. 아이템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고객을 상상하고, 고객들이 문제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상상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검증 절차를 건너뛴 채 열심히 개발하고 출시해서 광고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 노력 낭비, 재능 낭비, 돈 낭비입니다.


보통 "OOO을 위한 SNS"를 만드는 사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미국에서 한참 뜨거운 장보기 대행 서비스 스타트업인 Instacart의 대표 Apoorva Mehta는 작년 Y Combinator 행사에서 발표를 하면서, '변호사들을 위한 SNS 사업을 하려고 했었다"라고 부끄러운 고백을 했습니다. Apoorva는 내내 엔지니어로 일했고, 주변에 변호사가 있지도 않았고, 변호사와 함께 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그냥 아이디어 하나뿐이었습니다. 그의 발표를 들은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지만(Apoorva도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흑역사를 드러냈겠지만) 분명히 그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에 Apoorva는 진지했습니다. 변호사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죠.


The most recent defeat, which involved a social network for lawyers called LegalReach, was particularly crushing. Mehta raised money and gathered a team before realizing that the startup was, in fact, a non-starter. “I didn’t know anything about lawyers when we started. Turns out, they don’t like technology, and they don’t like to share things.”

(출처: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35796)


더 읽을 자료:

- 아이디어 생각 안 하기

- 문제에 대해서


질문: 여러분이 최근에 본 제품이나 서비스 중에서, 정말 쓸데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이 있었나요?

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쳐서 그런 결과에 도달했을까요?



(기업의) 문제 해결이 아닌 것들

1. 사회 문제 해결

'문제 해결'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선량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 해결을 떠올립니다.

-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이므로 해결해야 한다."

- "출산율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모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들이지만, 기업이 맡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업이 맡아야 하는 문제는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의 말처럼 특정한 고객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문제입니다. 특정한 고객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 해결의 대가로써 돈을 지불할 만해야 합니다.

기업이 해결할 만한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의를 다듬고 또 다듬어서 구체화해야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든 문제들을 이리저리 구체화해보면 기업이 도전해 볼 만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이므로 해결해야 한다."

=>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수질 오염이 심각해졌다.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고 있다. 돈은 많지만 물을 끓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비싼 생수를 주문해서 마시고 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을 많이 쓰거나 돈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돈이 아깝다."

=> 이런 경우에는 가정용 정수기 사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업은 고객의 돈을 절약해 주거나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이런 예시를 들어 봤습니다.

- "출산율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해결해야 한다."

=>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노동 인구가 부족해졌다. 당장에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일을 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 노동자를 외국에서 데려오고 싶은데 사장님들은 외국어도 할 줄 모르고 사업에 신경 쓰느라 바빠서 그럴 여력이 없다. 누군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

=> 이런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공장 사이를 중개하는 일자리 알선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객이 하고 싶지만 할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되는 일을 대신해 주는 일종의 대행업입니다.


장황하게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기억하셨으면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 첫째,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입니다.

- 둘째, 사업은 고객의 돈을 절약해 주거나,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고객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거나, 고객이 기존에 하지 못 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입니다.


2. 증상 해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해결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증상의 바탕이 되는 원인을 해결하기 전에는 땜질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여름철에 피서객이 찾아오지 않는 해수욕장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일단 해야 할 일은 해수욕장을 더럽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입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니 해수욕장이 깨끗해졌습니다. 증상이 말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좋겠지만 아닙니다. 다음 날 다시 해수욕장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알고 보니 다른 지역에서 바다에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이 해수욕장으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해수욕장의 쓰레기를 치울지, 해류를 타고 해수욕장으로 쓰레기가 몰려들지 않도록 뭔가 방법을 취할지.

사실 해류를 타고 쓰레기가 몰려든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증상을 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원인을 발견하는 일은 왜?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을 해야만 증상을 넘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원인을 발견할 수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왜? 질문을 하는 기법 중 Five Why's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린 생산(Lean manufacturing) 방식과 함께 탄생한 기법인데, 말 그대로 어떤 증상에 대한 근본 원인(Root cause)을 찾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하는 것입니다.


증상: 기계가 멈췄다.

1) 왜 기계가 멈췄나? (과부하로 인해 퓨즈가 나가 버렸다)

2) 왜 과부하가 걸렸나? (베어링에 윤활유가 제대로 발라지지 않았다)

3) 왜 윤활유가 제대로 발라지지 않았나? (윤활유 펌프가 충분히 펌프질을 하지 않았다)

4) 왜 충분히 펌프질을 하지 않았나? (펌프의 샤프트가 닳아서 덜커덕거렸다)

5) 왜 샤프트가 닳아서 덜커덕 거렸나? (여과기가 달려 있지 않아서 금속 조각이 샤프트로 들어왔다)

물론 왜?라는 질문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면 '빅뱅으로 인해 우주가 탄생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적당한 선에서 질문을 끊는 것도 필요합니다. 꼭 궁극적인 근본 원인(Root cause)을 발견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증상 밑에 존재하는, 서비스 개선의 지렛대(Leverage) 포인트가 될 만한 문제점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3. 고객의 기능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기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

"고객의 의견을 제품과 서비스에 적극 반영한다"

얼핏 보기에는 틀린 부분이 없는 말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그 허점은 바로 대부분의 경우 고객은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데 서투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고객은 문제를 파악하는 데도 서투릅니다) 그리고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통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아무리 작은 기능이라 하더라도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물론 기능 추가에 드는 비용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분 내에 추가할 수 있는 쉬운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능 추가에 따른 대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치르게 됩니다. 많은 경우 기능 추가에 따른 이익보다는 손해가 따릅니다.

- 제품이 복잡해져서 사용성이 떨어지고, 유지보수를 하기 어려워집니다.

-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쓰는 바람에, 다른 더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쓸 여력이 없어집니다.

-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기능을 추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고객의 지시사항에 따르는 편한 문화가 자리 잡습니다.

No customer can be more important than a good product. The road to consulting-ware is signposted just this once for just this customer. It leads to the perfect product, for just one customer, provided you keep doing what they say. Delivering extra value to one customer comes at the cost of taking value away from many others.
(http://insideintercom.io/product-strategy-means-saying-no/ )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고객 개개인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고객에 대해서 이해하고, 어디에 사업 기회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 맞춤형 개발은 듣기에 좋은 말일 수는 있어도, 고객의 발주 지시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용역 업체에 어울리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스타트업은 반복 가능하고(repeatable) 확장 가능한(scalable) 비즈니스 모델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더 읽을 자료:

- 요구사항에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일의 중요성 (Intercom 블로그) 

-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나? 왜 들어야 하나? (Steve Blank) 



Jobs-To-Be-Done (JTBD):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

고객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 중 제가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Jobs-To-Be-Done(JTBD)입니다. JTBD 역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서 반영하는 방식이지만, 고객이 '이거 이거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과는 접근하는 각도가 다릅니다.

(그림: JTBD에서 이야기하는 Job Story, Intercom 블로그)



JTBD? Job?

JTBD에서 Job이란? 특정 상황에서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초점은 고객이 처해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고객은 특정 상황(situation)에서 현실적인 제약(constraint)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expected outcome)를 이루지 못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특정한 감정(emotion)을 느끼게 됩니다.

- 제약(constraint)의 예: 시간이 부족하다 / 복잡한 사안을 다룰 만한 능력(capability)이 부족하다

- 감정(emotion)의 예: 두려움 / 걱정 / 분노 / 좌절


고객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질문: 우리 모두 사용하고 있는 업무 관리 툴인 Trello를 가지고 생각해 볼까요?

트렐로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둘러싼 상황, 제약, 원하는 바, 감정은 무엇이고, 트렐로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줄까요?

(예시)

복잡한 프로젝트와 많은 업무를 다루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 처음에는 업무 진행 사항을 머리로 다 기억할 수 있었는데, 점점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기억력에 한계가 옵니다(=capability 부족).

-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트에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각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모두 기록하기에 다이어리는 공간적 제약이 있습니다. (=capability 부족)

- 그리고, 한 업무에 대해서 찾아보려면 노트를 오랫동안 뒤적여야 합니다(=시간 부족).

- 업무와 관련된 컴퓨터 파일도 많은데, 노트에는 파일을 첨부할 수 없습니다(=capability 부족).

- 그러다 보니 모든 업무의 진행 사항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expected outcome을 이루지 못함)

-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 할까 하는 자괴감(=부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Trello와 같은 프로젝트 관리 툴은 이러한 고객에게 능력(capability)을 쥐어 줍니다. 업무와 프로젝트는 여전히 복잡하지만, 그런 복잡한 업무들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추적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줍니다. 고객이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제약(constraint)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 고객이 제품을 구입할 때

한 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흔치 않습니다. 한 번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그럭저럭 넘어가면 나중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곤란한 상황이 반복될 때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곤란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서 바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일단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어떠한 노력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고객은 외부의 도움(제품)을 구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 차별화 (Differentiation)

고객의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라면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항에 집중해야 합니다.

-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 왔나?

- 노력으로 인해 고객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해 왔나?

- 노력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에서 어떤 측면이 불만족스러웠나?

이런 사항을 잘 이해하면 고객이 문제의 어떤 측면과 속성(key dimension or attribute)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충분히 많은 수의 고객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으며, 문제의 비슷한 측면이나 속성을 중시한다면... 축하합니다. 어떤 경쟁 업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차별화는 남들이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색다른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색다르고 새로운 것은 고객이 신경을 쓸 때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고객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만들고 자랑스러워한다면... '뻘짓 하고 있네'라는 말을 듣습니다. 다시 한번, 기업의 존재 의미는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있습니다.


더 읽을 자료:

- Clay Christensen의 JTBD 소개

- JTBD 관련 글 모음집 (Medium.com) 



고객에게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쉬운 방법: 시간 / 노력 / 돈을 쓰고 있나?

고객이 실제로 문제를 느끼는지 파악하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객이 이미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 혹은 돈을 쓰고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만약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고객에게 있어서 그 문제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가 아닌 이상, 실체가 흐릿한 공상을 좇기보다는 실재하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은 찜닭이 유행할 때 찜닭집을 또 하나 열듯이 레드오션에 뛰어들라는 말이 아닙니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만족스럽게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구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처럼 유명한 회사들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흔히 세 회사 모두 하늘에서 뚝 떨어진 회사들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 구글: 모두가 야후를 써서 검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검색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찾기 위해 시간을 더 써야 했습니다.

- 카카오톡: 모두가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친구들과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메시지 한 건에 20원씩 돈을 내야 했습니다.

- 인스타그램: 모두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멋있게 보정해서 올리기 위해서는 포토샵을 배워야 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의 사업에 더 많은 측면들이 있음. 가장 단순화해서 보자면 이렇다는 얘기...)


기존에도 사람들은 그럭저럭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검색을 하고 있었고, 별도의 문자 요금제에 가입하는 불편을 무릅쓰고 친구들과 연락을 했으며,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해서 공유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완전히 새로운 일을 했다고 생각된다면, 그 이유는 이들이 기술을 이용해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대담하게도 사이트 화면을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랭킹과 검색 알고리즘으로 야후보다 훨씬 뛰어난 검색 결과를 보여줬고, 카카오톡은 데이터 통신망을 이용해서 공짜로 문자 연락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찍어서 필터를 걸어서 공유하는 절차를 아주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술이 얼마나 최첨단인지는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구글을 제외하면 그다지 고도의 기술을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하던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입니다. 그전에, 이미 존재하는 문제들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고객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JTBD를 소개하면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복해서 실패할 때 제품 구입을 고려합니다. 아무리 고객에게 '이것이 문제입니다'라며 우겨도, 이미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고객이 돈을 쓸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뭔가 새로운 앱이 나왔다고 해서 호기심에 받았는데, 몇 번 써 보니 별로 쓸모가 없어서 지워버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제품의 결말은 그렇습니다.


꼭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드는 데만 이런 것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앱에 기능을 하나 추가할 때, 서비스를 수정할 때, 하나하나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채 만들어지고 수정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결국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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