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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an 31. 2020

퍼블리, '창작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1편)

주의: 실제로 사용한 기획서 및 보고서가 있는 그대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퍼블리 팀은 ‘고객 중심 사고’를 표방합니다. 콘텐츠 기획은 실제로 존재하는 고객의 문제에서 시작해야 하고, 콘텐츠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집요하게 따집니다. 콘텐츠를 발행한 뒤에는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할 점을 찾습니다. 


말로만 고객 중심을 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퍼블리 팀에게는 중요한 우선순위입니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1대1 심층 인터뷰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퍼블리를 오랫동안 지켜 보신 분이라면 고객 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수시로 받으셨을 겁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9월에는 고객 100명과 1대1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퍼블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고객을 중심에 놓고 일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전에는 ‘고객 중심’이라는 말을 불편하게 여길 정도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콘텐츠 사업의 특성 때문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주된 동기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어서’, 혹은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고객 문제 해결보다는 기획자 혹은 창작자로서 '자아 실현'이 더 중요한 동기입니다. 퍼블리 창업자들 역시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창업자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로 시작했습니다. 


“정작 어떤 콘텐츠를 진행하자고 할 때는 대단히 직관적으로 결정해요. 타깃이 이런 사람이니까 그에 맞춰서 하기보다 '나 이거 하면 좋을 거 같아' 하는 마음으로 저랑 안나 님이 결정한 적이 훨씬 많았어요. 내 주변 사람들은 이거 좋아할 거야 싶은 것들이요.”
- 책 <창업가의 브랜딩> 중, 퍼블리 박소령 대표 인터뷰.
초기(2015-2016년)에는 이렇게 생각했더랬죠...


어쩌면 퍼블리가 초반에 주목 받은 것은 이런 창업자들의 동기 덕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퍼블리의 그런 매력에 이끌린 독자들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저는 전 회원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결제 금액이 높은 퍼블리 열혈 독자로 시작해서 2016년 12월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초반에 얼리어답터(혹은 팬)를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업으로서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퍼블리 팀은 점점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약 3년에 걸쳐, 어렵지만 천천히 고객 중심 조직으로 변화했습니다. 


1) 구조화된(Structured) 방식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유

퍼블리에서 본격적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였습니다. 그 전에도 고객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퍼블리는 콘텐츠 발행 후 오프라인 모임을 열곤 했는데, 모임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 행사 참여자들과 대화를 하기도 했고, 메일로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받은 피드백은 무척 귀하지만, 아쉽게도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에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고객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만 있었고, 구조화된 질문에 따라 답을 얻기보다는 가벼운 코멘트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내긴 어려웠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퍼블리 제품팀은 고객을 파악하기 위한 리서치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2) 설문조사: 우리 고객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다

고객들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리서치 목적이었기 때문에, 구매 경험이 있는 모든 분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먼저, 구매 횟수에 따라 간단히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을 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DB)에서 구매 횟수별로 고객 목록을 뽑고, 답변자가 어느 세그먼트에 속하는지 알 수 있도록 설문을 만들어서 진행했습니다. 

설문 참여 고객 세그멘테이션 조건 기획안. 이렇게 저렇게 쪼개 보다가, 결국 4개 그룹으로 세그멘테이션했습니다.
설문 질문 기획안: 실제 설문은 Typeform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설문은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퍼블리 고객들을 전반적으로(나이, 직업, 직무 분야, 업무 경력, 퍼블리 인지 경로, 만족도 등)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퍼블리는 회원 가입 시 이메일과 이름을 제외한 아무 정보도 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지 간단한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통계를 만들어서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다른 하나(어쩌면 정보 수집보다 더 중요한 목적)는 심층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깊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설문은 문항이 많을수록, 답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참여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료하는 데 한 시간씩 걸리는 설문조사를 붙들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고객을 깊이 이해하려면 심층 인터뷰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설문을 통해 인터뷰 참여하실 분들을 모집했습니다.


설문과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하는 이메일.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금방 완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애썼습니다


3) 심층 인터뷰: 고객들을 1대1로 만나서, 심층적으로 물어보다

그렇게 설문에 답한 분 중 약 50분이 인터뷰 참여 의사를 밝혀 주셨고, 실제로는 17분이 인터뷰에 참여하셨습니다. 


Steve Portigal이 가르친 방식에 따라 인터뷰 질문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기획했습니다.  

1) Business Question 정의: 우리 사업이 이뤄야 하는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업에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2) Research Question 정의: 그 과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리서치에서 알아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3) Interview Question 정의: 리서치에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아내기 위해, 실제로 인터뷰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

인터뷰 질문 기획안: Research Question과 Interview Questions 정의

서울과 경기 곳곳을 찾아다니며 고객 열일곱 분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고, 이런 저런 방식으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방식: 인터뷰 내용 상세 기록. 인터뷰를 녹음한 뒤, 나중에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며 정리했습니다. 60분짜리 인터뷰를 정리하는 데는 90분~100분 정도 소요됩니다.
저런 방식: 인터뷰이들이 답변한 내용 중 Key Phrase만 모아 놓은 스프레드시트
요런 방식: 답변에서 패턴을 찾기 위해 고객의 특성을 컬러 코드로 구분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는 설문조사와 달리 수백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고객이 반복해서 지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여러 고객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만족 포인트가 무엇인지 등이 나와야 인터뷰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Key Phrase를 따로 뽑고, 컬러 코딩을 한 이유는 그런 패턴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리서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일관된 패턴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퍼블리 고객들은 대체로 기존에도 콘텐츠(종이책, 전자책, 잡지 등)에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돈을 지출하는 분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직까지는 퍼블리 고객층이 지극히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혹은 이노베이터(Innovator)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또 하나 큰 패턴은, 그런 얼리 어답터/이노베이터 고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콘텐츠 가격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퍼블리 콘텐츠는 ‘디지털 리포트’ 한 편 가격이 3만원 이상이었는데, 인터뷰에 참여한 거의 모든 분이 ‘책에 비해 분량은 적은데 너무 비싸다’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 퍼블리는 고객들이 가격 비교의 기준점을 책에 두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외 컨퍼런스에 비싼 돈과 수고를 지불하지 않고도 퍼블리 콘텐츠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등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나, 실제로 고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4) 실행: 리서치 결과가 실제로 사업에 도움이 되려면

이런 발견을 토대로 사업/제품(웹 서비스)/콘텐츠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제언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조직에서는 리서치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곤 하는데, 퍼블리에서는 달랐습니다. 

위 이미지는 리서치 결과 문서 중 마지막 결론, 사업에 대한 제언입니다. 문서 작성일이 2017년 4월 27일이고 퍼블리 멤버십(구독 모델) 시작일이 2017년 7월 25일이니, 모든 제언을 3개월 내 실행했습니다. 리서치 결과 보고서가 캐비넷에서 잠만 자는 조직들과는 달리, 퍼블리는 고객의 목소리를 정말 사업에 반영했습니다.


이렇게 리서치 결과를 사업에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리서치 담당 부서와 실행 부서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품팀에서도 그로스(Growth) 담당자가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그로스는 실제로 사업 실행까지 담당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리서치 결과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 있어서 어떤 조직적 장벽도 없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2020년)도 퍼블리는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품 조직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매니저가 직접 고객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합니다. 콘텐츠 조직에서도 역시 콘텐츠 기획 제작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고객을 설문하고, 인터뷰합니다. 


다른 하나,더 중요한 이유는 의사결정권자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은 고객의 목소리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야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진 않습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창업가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애초에 그 힘든 창업을 하지 않았겠죠. 


그러나 그 의지가 너무 강해서 고객의 목소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리서치라 하더라도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저에게 종종 ‘퍼블리에서는 리서치 결과를 어떻게 실제로 활용하나요? 저희 팀에서는 아무리 고객 목소리를 들려줘도 반영되지 않아요’ 하는 고민을 얘기하는 분이 있는 것을 보면, 리서치가 잘 활용되지 못하는 조직도 꽤 많은 듯 합니다.


다행히도 퍼블리의 의사결정권자들은 그런 면에서 유연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 모델을 변경(기존의 프로젝트별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예약 판매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일은 큰 변화가 필요한 일인데, 이조차 고객 조사를 마치고 3개월 내에 마칠 정도였으니까요. 


5) 리서치의 한계, 그리고 남은 과제

하지만 이 리서치에는 큰 한계가 있었는데, 바로 퍼블리의 핵심 상품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는 영향을 거의 끼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리서치를 통해 얻은 정보를 어떻게 콘텐츠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 토대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큰 이유였습니다. 만약 제품팀 단독이 아니라 콘텐츠팀과 함께 리서치를 기획하고 진행했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일단 빨리 고객 리서치를 해야겠다’라는 조급함이 앞섰습니다. 


퍼블리에서도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 변화 과정은 다음 편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콘텐츠 기획 과정에서 던지는 질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콘텐츠 조직이 어떻게 자체적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는지 등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 퍼블리는 프로젝트 매니저 채용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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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는 콘텐츠를 제품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참고 아티클: 프로덕트 매니저란?)입니다. 고객의 문제와 니즈를 발견하고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자, 에디터와 함께 발전시켜나갑니다.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를 통한 타겟 고객의 인게이지먼트 향상'이며, 이를 위해 개별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에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 분석, 마케팅 메시지 도출, 고객 조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현재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홍보회사 AE, 기업 컨설턴트, 금융기관 종사 등 콘텐츠 업과는 무관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 중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문제 중심의 사고와 해결 능력, 논리적이고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어떤 경력이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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