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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시시 Nov 20. 2022

당신의 칫솔이 머무는 곳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망원동 집에는 나랑 하우스메이트인 고등학교 친구가 산다. 그런데 화장실에 칫솔은 네 개다. 하나는 내 것, 다른 하나는 친구의 것이다. 나머지 두 개는 각자 애인의 것이라면 우리의 삶이 더 발랄해졌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 같이 붙어 다니던 다른 두 명의 것이다.


세 번째 칫솔의 주인인 양평역 친구는 망원동인 우리 집과 그나마 가까워서 가끔 합정역에서 약속이 늦게 끝나면 우리 집으로 자러 온다. 그날은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세 번째 칫솔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네 번째 칫솔의 주인인 남양주 친구는 이 집에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애의 칫솔은 바삭바삭하게 말랐다. 아무리 그래도 하우스메이트나 나는 절대 그걸 버리지 않는다.



고향인 속초 집에 가면, 엄마랑 아빠 둘이 사는 집인데 그 집엔 칫솔이 화장실마다 대여섯 개씩 나와있다. 딸들과 손주들의 칫솔이다.  


몇 달 전에 ‘명분 없는 우울’ 브런치북의 일러스트를 그려 준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서울대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그 애의 집에 소소한 안줏거리와, 내일 아침에 먹을 순두부, 열라면, 팽이버섯까지 사서 들어갔다. 그 집 화장실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나를 위해 준비된 칫솔이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을 보다가도 몇 달씩 카톡 하나 없는 친구가 있다. 얘랑 친한지 우리가 서로 친한 적을 하는 건지 아님 그냥 내가 요새 심심해서 심란하고 싶은 건지, 혼자서 헷갈렸다. 아인슈페너가 맛있는 카페에서 얘를 만났다. 그래서 물어봤다. ‘야, 너네 집에 아직 내 칫솔 있어?’ 걔는 그게 뭐가 중요하지?라는 표정을 짓다가 없다고 확인사살을 한다. 그럼 좀 서운하다.



물론 우리 집에도 네 칫솔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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