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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18. 2023

대장암 일기 11

6.17-6.18 

1. 수술 후 5일-6일째 


전혀 다른 문제가 힘들게 하다 


1) 눈 다래끼 

눈다래끼가 5일날 커져서, 안과 협진을 보았으나, 계속 커지고 있다

안연고, 안약, 인공눈물로 되지 않는데, 그 세 가지를 안과 전공의샘이 협진에서 잔뜩 주고 약은 막상 주지 않았다. 면역력이 약해진 증거이다. 


2) 열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바람에 피 뽑기와 엑스 레이 찍기가 늘었다. 

아주 높이 오르지 않으나, 37도 후반에서 맴돌다 38도 초반을 찍었다가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해열제, 진통제로 조절이 되고, 사실 감기약으로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 암수술 환자의 열을 그냥 감기로 넘길 수가 없으니 혈액 배양도 하겠다고 해서 또 피를 뽑았다. 


3) 케모 포트의 의외의 통증 

케모 포트를 심은 부위의 통증이 지속된다. 닿을 때마다 아프고 고개를 돌릴 때도 아프고 생각 같아서는 뽑아버리고 매번 항암할 때마다 그냥 혈관을 잡자고 하고 싶다. 


4) 감기 

약간의 콧물, 약간의 두통, 약간의 열이 계속 되는 것은 감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몸이 힘들다는 뜻이리라 


이런 문제들로 은근히 바쁜 병원생활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 사이 정리하지 못했던 글을 정리했다. 


2. 내일이면 퇴원이다 


항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 또 두렵고 걱정이 된다. 

그 시기에 일들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

초기 3개월은 정말 휴직하고 싶은 심정이 가득이다. 

휴직에 관한 상의를 해야하는데, 

기다리는 환자, 일정, 밀린 일부 일들을 두고 당장 휴직을 할 수는 없다.

차라리 조금 조정을 하고 난 뒤에는 휴직이 가능할 것 같고,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다.  


퇴원 후 가장 큰 걱정은 사실 일이다. 

그냥 무턱대고 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항암 부작용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 때 가서 취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면 참고 해야하는데, 

그 참고하는 것이 또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아마 자꾸 누워서 지내고 싶을텐데... 

운동만 하고 나면 힘들어서 편히 지내고 싶어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지금은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쉬면서 밀린 일을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재발은 더 큰 공포임을 고백한다 

재발은 정말 삶의 의지를 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 29일부터 지금까지도 힘들었는데, 

재발 소식을 들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물론 끈질긴 생명력이 또 인간의 한 본능이지만... 


병원에서 

누워 지내시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시는 어른들과 

눈이 마주쳐지면 여러 마음이 든다 


여하튼 내일 퇴원이다

병가처리, 보험처리, 업무 처리 


당장 수요일은 판사들 앞에서 하는 90분 특강도 취소하지 않았다 

하고 와서 쉬면 되리라.


이 입원 기간의 온갖 의식의 흐름은 퇴원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될 것 같다

지금은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파커 파머의 <모든 것의 가장자리>를 펼치는데,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엔 잘 늙기 위해 읽는 기분이라면, 지금은 이미 늙은 상태에서 죽음을 다루기 위해 읽는다고나 해야할까 


57세 청년인 줄 알았는데, 57세 허약한 고위험군 장년이 되어 버렸다.

고혈압, 전립선 비대증, 당뇨는 여기서 새로 시작해서 진단을 받았고, 대장암 환자로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한다. 

근데... 쉬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몇가지 미안한 일들, 

약속을 지켜야할 일들만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마음,

공동 저서.... 빨리 끝내기 


새로 이사간 집의 욕실에는 욕조도 없다고 하는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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