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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16. 2023

대장암 일기 10

6.16 오후 

1. 똥과의 만남 


오늘 아침의 똥이 형태를 갖춘 작은 고추만한 똥이었다

몸이 움찔했다 

이런 똥이 거의 얼마만인가 

금식과 장세척, 수술 후에 계속 되었던 물똥 


또 암세포로 인해 

피가 섞여 나오는 똥들이 아닌 


피없는 형태를 갖춘 똥을 진짜 오랫만에 만났다 

난데없이 눈물이 찔끔 


내 몸안에서 암세포가 나가고 

피없는 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생기고 있다 


똥이 이렇게 반갑다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2. 밥과의 만남 


밥을 먹을 수 있는 첫 날이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수술을 준비하기 위하여 죽을 먹기 시작하고, 

수술 전날의 금식과 수술 당일의 금식,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 부터 물 한 모금 먹을 수 있게 되고, 

미음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오늘 저녁은 알갱이로 된 밥을 반 공기 정도 먹었다

무언가의 부담으로 더는 먹지 못했는데, 

밥 반공기를 씹으면서도 약간 몸에서 다른 반응이 나왔다 

움찔하는 느낌,

이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3. 그런데 다 좋은데.... 열이 다시 오르기 시작.. 


오늘 케모 포트를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예상을 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아주 간단한 그냥 누워서 서브클라비언 포트를 넣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수술하듯이, 

얼굴 전부를 뒤덮고, 

하는 시술에서 질식 공포증이 약간 올라오고 공황발작 비슷한 일이 있을까봐 겁이 났다

다행히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돌려 시술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마쳤다. 

예상을 못했는데 벌어진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훨씬 컸다 

그 후로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숨 막히는 것, 얼굴을 덮는 것, 통안에 들어가는 것 등등.... 

폐쇄 공포, 질식 공포가 심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사샘은 그냥 겁이 많은 거다 라고 했는데, 

맞다 그런 상황에서는 덜컹 겁이 나는 상태가 되고, 

꼭 화장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열이 약간 있다고 한다. 

더 오르면 안되지만, 일단 무조건 혈액 배양을 한다고 한다. 

케모 포트가 제일 걱정된다. 

아프고,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이 맞을까..... 


제발 열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월요일 조직 진단 결과에서 살짝 들은 대로 결과가 더 좋게 나오기를 바라는데.. 늘 단서가 붙는다. 


그렇긴 한데.. 이게 좀 의심이 되고 

이건 괜찮은데... 이건 좀 걱정이고 

인간의 몸이 반응하는 것은 알 수가 없다 

예측 가능하도록 최대한 하지만, 

몸도 예측 가능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응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 아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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