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집 얌전해보이던 청년은 어떻게 극우가 되었는가
제가 준비하고 있는 극우화 책의 일부입니다. 오늘도 진료하러 온 우울한 청년이 이 경로와 정말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피드백도 받고 싶어서요... 물론 이런 경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로의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극우화의 심리 경로
1) 극우화의 진지한 심리 경로
내가 만난 극우화의 경로를 밟고 있는 청소년, 청년들이 자신의 서사를 말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소시민적 세계관의 평범한 자신을,
- 좌절하고, 분노하고, 충격받게 하는 일들이,
- 집, 학교, 동네에서
- 부모, 교사, 어른들, 선배, 또래집단, 여성에 의해 생겨나는데,
- 그 일들은 이해할 수 없고, 불가능하고, 부당한 일인데
- 자신이 힘이 없어서 정말 억울하게 당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당하고 살았다.
- 분노와 원한이 가슴에 담겨 있고, 복수하고싶은데,
- 이런 감정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가,
-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 인터넷 게시판과 유투버 진행자 혹은 댓글을 달며
만나게되었는데,
- 다 자신처럼 박해받고 힘들게 지냈다가,
용기를 내보려고 애쓰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 그래서 이런 거지같은 세상에서
진실을 알려주는 유투버나 집회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처럼 자신도 되고 싶다.
- 나는 박해자이며, 정의를 되찾기 위한 복수자이며, 동시에 올바른 세상을 되찾는데 용기를 내어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극우 청년들의 내면에 담긴 서사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스토리가 그들의 메이킹 필름에 담겨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다. 이것을 약간 사회심리학적, 정신분석적 용어를 곁들여 다시 설명하면,
- 위축되고 소심한, 공허하고 약한 자아를 지니고 지내던 사람이
- 트라우마가 될만한 일들, 즉 엄혹한 신자유주의 경쟁 체계 속에서 도태의 위협을 받거나 혹은 도태되거나, 처벌되거나, 징계를 받는데,
- 이 과정에서 노력과 능력에 대한 비난이나 꾸지람을 부모, 교사, 어른들, 교사들, 또래집단들에게 받고
- 따뚯한 이해나 공감, 친절한 교류없이 각박하고 차갑고 냉정한 요구와 의무, 책임만 경험하다가
- 정말 억울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당한 일이 발생하고, 이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나 인생의 방향에 큰 자기애적 상처가 되었다.
- 이 자기애적 상처에 대해 격분하면서 분노와 함께 원한을 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자신의 미약한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쓰디 쓴 내적 고통을 견디던 중에 (표현하거나 발산도 하지 못하던 중에)
- 자신처럼 피해자화, 박해자화의 심리적 과정을 발산하며 지내는 동료, 동지들을 만나서
- 댓글이라도 달고, 악플을 쓰기도 하고, 집회에 나가고, 그러면서
- 자신의 자아가 다시 팽창된다는 느낌, 내 안에 그들의 리더나 인플루언서를 동일시, 혹은 내사 하면서 자신이 과거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 나는 이제 과거의 찌질이, 박해자가 아니라 활동가이고 투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위기에 찬 상황을 구해내는 사람이 되고 있다.
이들의 아동기, 청소년기의 경험 중에 소외, 좌절, 배제, 도태, 그리고 방임과 학대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아동기 경험은 늘 큰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이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가정에서의 부모와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장소에서의 부당함, 억울함에 대한 분노이다. 그리고 원한의 감정이다.
분노를 풀고, 원한을 해소하기 위해 복수를 하고 싶은데, 자신이 그 복수의 영웅, 히어로우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이나 청년도 있고, 히어로우는 될 수 없지만 자신을 대신해서 싸워줄 히어로우를 찾고 지지하겠다는 청소년, 청년들로 나뉜다. 이 때 자신의 대체할 히어로우에게 아이들은 자신을 내어줄 생각이 있다고 하고, 자신을 내어주는 것을 넘어 그가 바로 자신이라고 동화되어도 무방하다는 일체화 심리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2) 동조, 우정으로서의 극우화
모두 이런 심리적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가벼운 방식으로 소속감과 정체성 놀이의 하나처럼 끼어들게 된 아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한 느낌, 자아가 팽창되고 확장된 느낌, 이 도파민의 분비에 자신을 내어준 아이들도 있다. 심각하지 않고 유희적인 우파 청년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모두가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훼방 놓고 싶어서, 트롤짓이나할까 하다 극우파의 행동대원이 된 친구들도 있다.
‘그냥 반대하는 것이 좋아서, 그냥 잘난 척하는 놈들이 싫어서, 그냥 위선적인 인간들 훼방 놓고 싶어서’ 극우적 행동을 했다고 하지만 이런 친구들도 깊이 들여다보면, 성장 과정, 혹은 현재의 생활 안에서 상실감, 박탈감, 그리고 가해자와의 동일시, 자학적이면서 파괴적인 욕망이 있다는 것이 확인될 때가 많다.
그러니까 극우파가 되는 일을 사상적, 철학적으로 시도하는 청소년이나 청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소년, 청년들도 꽤 있다. 경제적인 문제, 정치적 문제들도 극우 행동을 추구하는 중요 요인이지만 어쩌면 이런 감정적인 문제들이 더 극우파가 되는데 큰 기여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내 친구가 옳아서가 아니라 좋아서 함께 한 일도 강력한 동기가 된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네가 옳고 그른지는 내가 모르겠으나, 난 네가 좋은 것은 틀림없어, 그래서 동참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