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도로

by JANE


3년 전 2월, 한국은 차가운 겨울이었던 그때, 난 혼자 네이비 색의 얇은 자라 코트를 걸치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 된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라지브 간디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정반대의 계절로 넘어왔듯이, 내 인생에도 반전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여행이 아닌 거주를 위한 수속이었기에 이미그레이션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질문 리스트를 받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하… 또 시작이구나.’


나는 아무래도 엄마의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타고 다녔다는) 태몽처럼, 내가 역마살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20살 이후로 숱하게 여행을 가고 해외 출장을 다닌 걸 제외하더라도, 미국에서 1년, 영국에서 3년 생활한 이후로 이제는 인도에서 4년 거주를 예약하고 이 곳에 온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내가 원해서 선택한 삶이라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에도 잘 한번 살아보자 마음을 굳게 다진 뒤 크게 한숨을 들이마셨다. 30도 정도 되는 뜨뜻한 인도 여름 공기와 함께 향신료 섞인 음식 냄새가 코로 와 닿았다. 기름지고 매콤한 이국적인 향이었다. 캐리어와 이민 가방을 가득 실은 카트를 끌고, 이 곳에 한 달 먼저 와 있는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픽업 장소로 향했다.


여행으로 가는 것 조차도 낯설 것 같은 인도에 거주를 위해 이사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막연했다. 몇 개월간 의지할 곳이라곤 구글과 유튜브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들뿐이었고, 이 결과값들을 바탕으로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도시를 나 나름대로 그려보았다.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상상 속의 도시와 현실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알을 빠르게 굴리고 귀를 쫑긋 세워 주변을 스캔했다. 힌디와 영어가 섞인 말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주인을 찾고 있었다.


한밤중이었는데도 공항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하이데라바드도 델리나 뭄바이만큼 발전된 메트로폴리탄 도시라, 외국계 기업들도 많고 인도 내에서는 외국인이 다른 도시보다 많다고 들었는데, 공항에서 나온 사람들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전부 인도 사람들이었고 외국인은 한 손에 꼽을 만큼 소수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대도시나 런던에서 몇 년간 살았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외국인을 향한 호기심의 시선을 뜨겁게 느꼈다. 생긴 것도 피부색도 다른 동양인 여자 혼자 한 여름 밤에 겨울 코트를 입고 나타나 자기 몸집보다 더 큰 짐들을 밀고 다니니, 누가봐도 이 곳엔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같이 주목을 원치 않는 외향인인 척하는 내향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저벅저벅 걸어갔지만, 눈을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유난히 더 길게 느껴지는 시선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었다.


‘아… 선글라스라도 가져올 걸.’


등에 땀이 차는 게 느껴질 때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발견했다. 반가움에 힘차게 카트를 밀고 가 남편에게 냅다 안겼다.


“남편~, 잘 지냈어?”


한 달만의 상봉은 연애 시절을 상기시킬만큼 감격스러웠다. 한 달 동안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낸 그의 눈에서도 반가움에 꿀이 떨어졌다. 앞으로 4년간 이 낯설고도 아득한 도시에서 함께할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자 전우여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