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호주 시드니
어릴 때 우연히 사진으로 본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저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 기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붕이 열리면 안에 거대한 로봇이 서 있고, 엄청난 연기를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그렇게 수도 없이 상상하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실제로 보게 되니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전에 시드니 타워를 관람한 후 왜 옆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안 볼까 했는데, 이후 동쪽 해안선을 따라 본다이 비치, 더들리 페이지, 갭 파크를 먼저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선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요즘도 검색을 해보면 거의 똑같은 루트라서 이게 단체 관광 시드니 룰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다시 돌아온 시드니 시내였는데, 제가 계속 두리번거리자 가이드 여학생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보일 거라고 해서 괜히 마음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고개를 딱 넘는데, 그 순간 보이기 시작한 로봇 기지, 오페라 하우스~!!! 뭔가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은 그런 감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학 때 오페라 하우스 디자인 작업과 건축 과정 등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잘라진 오렌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조개껍질이라는 얘기도 있고 그랬습니다. 근데 무엇이든 간에 2026년 지금 봐도 미래적으로 보이는 그런 디자인입니다. 무려 16년 동안 건축을 해서 1973년 완성된 오페라 하우스는 2007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20세기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치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잠시 봤습니다. 호주 정부가 공모전을 열어 선택한 덴마크 디자이너 "예른 우촌"의 글인데, 보시는 것처럼 구형에서 기하학적인 구조를 찾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부인이 잘라놓은 오렌지가 이런 모양의 영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 건물 옆에 작은 별관처럼 보이는데, 마치 아기처럼 귀여운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들어오면서 본 각도에서는 이렇게 떨어져 있는 줄 몰랐는데, 아무튼 이걸 큰 건물과 함께 보이도록 담으려면 한참 뒤로 물러나야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대신 방향을 바꿔 가까이서 크게 담아봤는데, 그래도 여전히 작고 귀여운 느낌입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유리창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보니 이거 닦는 것도 일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63 빌딩 닦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총 세 동이었습니다. 본 건물이 있고 위에서 귀엽다고 말한 별관 느낌의 가장 작은 동 그리고 사진 오른쪽에 있는 본 건물보다 조금 작은 중간 동. 그래서 이것도 제대로 담으려고 했는데, 가이드 여학생이 배 타러 가야 한다고 불러서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 단체 관광...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워 큰 건물이라도 더 찍자 했는데, 역시 크니까 프레임을 한참 벗어나 뒤로 많이 물러나야 했습니다. 근데 그 모습을 보고 가이드 여학생이 더 크게 부르더군요~!!!
다른 분들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조금 더 눈에 담고 싶어서 유심히 보는데, 파란 하늘과 맞닿은 지붕 선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평소 햇빛을 싫어해서 구름 많고 흐린 날씨를 좋아하지만, 이때만큼은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파란 하늘이 무척이나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는 이별인가 했는데... 다음 더 큰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