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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y Jan 18. 2019

보드게임의 제작비

아거게임즈 A.ger Games


기분 좋은 걱정



B.o.N을 출시할 때, 제작비에 과하게 투자한 것이 걱정된다는 후원자분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 분께서 걱정하실 정도로 아거게임즈를 신뢰해주신 것으로 생각했고, 뒤이어 '그만큼 우리는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있고, 우리의 행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행보가 바로, 저희가 제작비 절감보다 높은 품질에 신경 쓰는 이유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아거게임즈가 컴포넌트 업그레이드를 포함해 극도의 완성도를 보여드리고자 결심한 이유는, 앞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또 도전할 국내 인디 작가들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함입니다.

아거게임즈는 인디 작가가 커야 출판사가 크고, 그 둘이 커야 산업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디 작가는 새로움과 다채로움에 강하고, 출판사는 정교함과 전략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 성장을 가속하는 방법은, 개인 작가의 인원 풀을 키우고 게임 디자인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쉽게 개인 출판을 도전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은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보드게임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 문화는 해외보다 열악했습니다. '완성품'이라면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될, 아래 세 가지 핵심요소가 결여된 게임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1. 게임 자체의 재미 요소 (+오리지널리티)
2. 구성품의 제조 품질 (+심미성, 내구성)
3. 제작자의 책임감 (+상세한 설명, 응대)




저희는 그 문제가, 크라우드 펀딩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초기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애써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부정적인 경험이 거의 대다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보드게임 출판의 전체적인 인식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앞선 부정적 사례에서 반면교사 하고 싶습니다. 




뒤에 나오는 후발주자들은 더 예리하게 게임을 가다듬고 품질에 신경을 써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 작가의 게임에도 더 큰 자본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보드게임 작가들이 생기고, 창작이 많아져 문화가 성숙해질 기반이 다져집니다.

그 기반 위에 더 다양한 출판사가 생겨나 경쟁하기를 바랍니다. 기성 출판사는 회사의 존립을 위해 상업성에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품질 향상을 선도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결국, 본인의 색깔을 살려 게임을 개발하는 다채로움과 정교한 전문성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B.o.N을 시작으로, 아거게임즈는 완성품으로서의 세 가지 요소를 최상위권으로 유지하는 기함(Flag ship) 급 출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간의 건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정작용을 이룰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둘 것입니다. 그것이 저희가 보드게임을 산업 자체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는 불철주야 생업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게임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들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언젠가 대만 보드게임 스튜디오 (TBD) 처럼 해외 박람회에서도 주목하는 인디 게임 작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국내에도 작가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문화를 성장시키는 오프라인 모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창작자는 문화의 든든한 뿌리인 만큼, 그 뿌리가 튼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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