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가 충격적인 이유는 이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평범한 무작위성을 재현해 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특정 인물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길 바라고, 이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도덕적 질서를 서사 안에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라트에서 인물들의 생과 사는 예측 불가능한 동시에 우리의 염원을 계속해서 어긋나게 만드는데, 누구에게 어떤 사연이 있든 영화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인생의 잔인성이 무작위성에서 오듯 전쟁의 잔인성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깊은 사막 한가운데 인물들을 몰아넣고 이들의 선택을 시험한다. 이때 인물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개인의 의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회정치적 조건이 이들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들이 처음 군의 통제를 이탈한 것부터 우회로를 택하고, 가혹한 심판의 땅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자체가 실은 배경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우리가 간과했던 전쟁의 파편이다.
절실히 가족을 찾으러 다니는 이들과 춤을 출 음악을 찾아 파티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무고한’ 여정으로 인해 인과도 질서도 없는 전쟁의 참혹함은 극대화된다. 그러니까 영화는 먼 곳의 전쟁을 안전지대에서 소비하면서 느꼈던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감각을 발밑으로 가져온 뒤에 이래도 여전히 전쟁과 무관한지를 묻는 것이다.